이 영화 재밌다!
재밌어서 이 영화의 화면에 감정적으로 딱 달라붙어서 봤다!
영화에 쏘옥 빠져 본 게 아니라, 딱 달라붙어서 봤다.
영화를 보면 뭔 말인지 안다.
깔끔한 영화
내가 pov 영화를 싫어하는 이유가 영화가 시점샷을 고수해야하니, 화면이 답답하고 지루해질 뿐 아니라, 형식을 고집하느라 이야기가 그것에 종속되어버리기 때문이다. 영화를 시작한 아이디어는 쌈박한데 결국엔 영화가 아이디어에 먹히는 꼴? 그러나 ⟪서치searching⟫는 형식에 얽매인 억지스런 이야기 장치가 없어서 군더더기 없이 갈등을 전개한다. 각본 쓴 작가와 감독이 pov샷을 위한 스토리텔링과 연출에 대해 고민을 많이 한 것 같다. (예를 들어, 후반에 주인공이 이동하는 장면을 네이게이션 화면으로 대체한 것. 자동차 안에서 페이스타임을 하게끔 설정한다던가, 어두운 블랙박스 영상을 보여주는 것보다 훨씬 깔끔했고, 영화 화면 안의 컴퓨터 화면 안의 앱 화면만 보다가 넓고 단순한 화면을 보니 눈이 시원해서(?) 좋았다)주인공인 데이비드 김은 딸이 이틀째 집에 돌아오지 않자 경찰에 신고하고 컴퓨터 앞에 앉아 이것저것 검색해본다. 아빠가 뛰쳐나가서 납치범과 싸워 딸을 구해내는 건 영화에서나 가능한 것이지, 보통 사람이라면 경찰이 종종 전해주는 소식에만 의존해서 가만히 기다리는 것 밖에 할 게 없을 것이다. 데이비드 김은 컴퓨터 앞에 앉아 무엇을 해야할지 막막해하는데, 옛날컴퓨터에서 아내의 주소록에서 나온 전화번호로 연락을 해보고 딸 친구들의 sns을 보면서, 자신이 딸에 대해 많이 모른다는 것을 깨닫는다. 그리고 관객은 Pov 화면으로 영화를 데이비드의 눈높이로 보면서 데이비드가 딸에 대해 관객만큼 모른다는 것을 깨닫는다.
이 영화가 흥미로운 점이, ⟪서치⟫가 컴퓨터-POV 영화이다보니 데이비드가 보는 것만 관객이 볼 수 있다. 그래서 관객이 데이비드의 눈높이로 데이비드가 컴퓨터로 작업하는 화면만 보다보니, 자연스럽게 감정적으로도 데이비드에게 밀착하게 된다.
서치의 오프닝시퀀스
관객이 데이비드에게 데이비드에게 감정적으로 빠르게 동화되게하는 장치가 오프닝시퀀스이다. 영화의 첫 장면은 오래된 ms 윈도우 화면을 통해 데이비드 가족의 과거사를 보여주는데, 어린아이가 있는 집이면 익숙할 사랑스런 영상들 그리고 이 가족이 사랑하는 엄마/아내를 잃었음을 알리는 장면(노골적이지 않다, 엄마가 죽었음을 아이캘린더의 화면으로 간접적으로 전해주니 슬픔도 간접적으로 전해져서 더 슬펐다)을 보면서 관객은 이미 이 가족에게 감정적으로 동질감을 느끼게 된다. 그리고 이 오프닝 시퀀스에서 느끼는 가족을 잃은 상처는 영화 내내 데이비드의 무기력한 표정에 더해지고, 영화 전반에 상실감이 깊게 깔려있었다.존 조와 데브라 메싱
존 조는 이 무기력함과 상실감을 너무나 잘 연기했다. 나는 존 조가 인종색이 없는 배우라고 생각한다. 인종이나 문화권을 초월한 호감도와 평범함이 이 배우의 장점이라고 생각한다. 가령 아메리칸 파이의 milf 장면만 해도, 친구 엄마의 사진을 보며 MILF MILF를 외치며 사진을 개걸스럽게 핥는 똘아이 짓은 존 조가 엄마 말을 잘 듣는 평범한 남자아이처럼 생겼기 때문에 매우 효과적으로 웃겼었다. 그런데 영화 ⟪서치⟫에서 오랜만에 본 존 조의 모습은 많이 늙어있었다. 그런데 영화를 보다보니까, 존 조가 늙은 게 아니라 데이비드 김이 상실과 무기력으로 매우 지친 모습이어서 늙어보이는 것이었다.그리고 데브라 메싱. 나는 이 배우가 코미디 연기를 매우 잘한다고 생각하는데, 오랜만에 영화에서 봐서 매우 반가웠다. 데브라 메싱이 데이비드 김의 유일한 희망줄인 경찰 역을 연기했는데, 관객인 내가 데이비드 김에게 심리적으로 일치하고 있다보니, 데브라 메싱의 경찰은 데이비드 김의 일에 적극적이고 우호적이라서 좋았다. 그런데 영화를 다 본 뒤인 지금 이 글을 쓰며 데브라 메싱의 표정을 다시 생각해보니 결코 우호적이거나 적극적이거나 친절하지 않았다. 지금 기억나는 데보라 메싱의 모습은 차갑고 냉혹하고 경직되어 보였다. ⟪서치⟫를 다시 보면, 데브라 메싱의 표정연기를 유심히 보고싶다. 멋진 배우다.
감독 아니쉬 차간티
아니쉬 차간티Aneesh Chaganty는 91년생(올해 27살)로 USC에서 영화를 전공했고, 구글글라스로 만든 2분짜리 단편영화 ⟪씨앗SEEDS⟫이 유투브에서 히트를 쳐서, 구글에 스카우트되어 뉴욕에 있는 구글 크리에이티브 랩에서 2년간 광고 작업을 했다고 한다.⟪서치⟫의 공동각본인 세브 오하니안Sev Ohanian과 감독인 아니쉬 차간티Aneesh Chaganty는 USC 학생시절부터 함께 작업한 파트너라고 한다. ⟪서치⟫의 제작자인 나탈리 카사비안Nathalie Qasabian도 USC졸업생이다.
이 3명은 지금 차기작 RUN을 촬영하고 있다. ⟪서치⟫가 촬영에 14일을 썻지만 후반작업에 2년이 걸렸다고 한다. ⟪서치⟫의 성공 덕에 RUN의 후반작업은 더 수월할 지도 모른다. 그럼 내년에 이들의 차기작을 볼 수 있을지도.
서치 Searching 2018
★★★★☆
미국영화, 스릴러
감독: 아니쉬 차간티 Aneesh Chaganty
출연: 존 조 John Ch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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