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영화의 제목인 바늘(수이sui)과 실(다가dhagaa)은 이 부부를 말한다.
이 부부는 중매 결혼을 했는데, 결혼한 이후에도 대화를 제대로 한 적이 없다. 사이가 나빠서가 아니라 삶을 꾸리느라 바빠서. 부모와 같이 사는데 부모의 수발을 드느라 매우 바쁘다. 특히 여자주인공 맘타. 시어머니가 하인처럼 부러먹는다. 남자주인공 마우지는 시아버지가 하인처럼 부러먹는다. 20세기에 우리나라 티비드라마에서도 저런 장면을 많이 나온 것 같다.(한국드라마가 그 모습을 나쁘게 묘사하지 않고 당연한 것이고 그게 부모의 크나큰 사랑이고 자식의 당연한 도리라고 보여주었듯이 인도영화도 똑같다.)
마우지의 부모는 자존감도둑이다. 마우지는 '우리 아버지는 아침을 나에게 욕하는 것으로 시작하신다'라고 푸념한다. 어머니도 맨날 마음을 약하게 하는 소리만 한다. 하지만 이건 크나큰 부모님 사랑의 표현 방식이니까 자식은 좋게 생각하고 받아들여야 한다. 마우지와 맘타가 꿈을 이루고 싶어하나 부모가 걱정만 하며 부정적 에너지를 팍팍 뿌리니까 이 부부는 결국 부모 몰래 숨어서 옷을 만든다.ㅋㅋㅋㅋㅋ
저런 부모는 한국 드라마에서도 많이 본 것 같다. 내 생각에 세상의 많은 부모의 모습일 것 같다. 이 부부가 감내해야하는 스트레스가 매우 클 것 같았는데, 착한 부부이다보니, 저 스트레스를 당연한 것이라고 받아들이고 삭히더라. 물론 후반부에 스트레스가 심해지자 부부가 서로에게 화를 터트리긴 하는데, 각자의 말이 일리가 있어 재미있었다. 특히 저 철없는 남편의 입장이 이해가 갔다.
마우지와 맘타가 함께 같은 꿈을 꾸며 바늘과 실의 단짝으로 성장하는 모습이 예뻤다.
결혼 후에도 함께 있을 때가 거의 없는 사이였던 부부가 이제 같은 목표를 갖는 팀이 되고, 남편이 옷감 사러 갈 때 부인이 냉큼 따라 걸으며 남편과 함께한다고 좋아하는 장면처럼, 부부가 서로의 베스트프렌드가 되어가는 모습을 은근하게 보여줘서 좋았다.
이 부부의 관계를 보면, 주로 부인이 남편을 밀어준다. 좋아하는 일을 하자는 아이디어도 맘타가 마우지에게 슬쩍 던진 거다. 맘타가 은근슬쩍 흘리는 언질로 남자를 조종하는 스타일이다.ㅋ 하지만 부인이 남을 조종하려고 드는 자존감 뱀파이어인 것은 아니다. 마우지가 우유부단하고 즉흥적인 성격이라서 맘타의 조종이 영감을 줄 때가 많고 게다가 맘타가 바라는 것과 마우지의 꿈이 일치하기 때문이다. 후반부에 부인이 은근히 조종하는 것에 대해 이 부부는 싸운다. 그리고나서 맘타가 마우지를 뒤에서 조종하지않고, 직접 나서서 문제를 해결하려고 시도한 후에 반성하고 마우지에게 사과한다(남편을 이해하고 바로 사과하는 부인이 멋져보였다. 남편도 얼마나 후련해하던지, 내 말이 맞았지!!라며 같이 속상해한다.)
이 부부가 꿈을 쫓는데 방해물은 부모만 있는 것은 아니다. 마우지의 집에 재봉틀을 두고간 옆집 친구는 마우지가 옷을 팔아 돈을 좀 벌 것 같으니 얼른 재봉틀을 자기 집으로 가져가 숨기고 수익 100의 40을 자기에게 주라고 요구한다. 세상에나. 인도가 사기를 많이 친다더니 친한 사이에도 상술이 장난이 아니다. 가까운 사이만 사기칠 뿐 아니라, 크고 유명한 회사도 이 가난하고 순진한 부부한테 사기치고 훔치고 표절한다. 그러고보니, 표절, 카피, 저작권 절도는 우리나라에서도 비일비재한 일이다. 굳이 인도만 그러는게 아니었음. (다시 생각해보니 한국에서도 자기가 안쓰는 쓸모없는 재봉틀로 사촌이 돈 좀 버는데 자기한테 아무 댓가를 안준다면 삐쳐서 싸움나거나 뒷말이 퍼지게 될 거 같다.)
마우지가 재봉틀때문에 친구와 싸우던 공동주택의 구조가 특이하던데 세트인지 실제 장소인지는 모르겠다. 발리우드 영화가 세트촬영을 많이 하는데(거리의 장면도 세트장일 때가 있다), 이 영화는 마디아 프라데시의 찬데리에 있는 실제 집에서 촬영한 것 같았다.
인도 부엌 풍경 |
찬데리의 가옥 구조가 흥미로웠다.
발리우드 영화는 북인도 풍경을 많이 구경할 수 있는데, 같은 문화를 공유하는 북인도이어도 지역마다 가옥 스타일이나 분위기가 살짝 달라서 인테리어와 건축 구경하는 재미가 있다.
마우지의 할아버지는 재단사였다. 아마도 마우지의 집안은 직물 산업의 역사가 2000년인 찬데리에서 대대로 재단사 일을 하는 카스트(자티)였을 거 같다. 할아버지가 가업인 재단 일을 말아먹었기 때문에, 마우지의 아빠가 가업을 잇지 않고 취직을 해서 자기 집안의 카스트를 끊어내려고 노력한 게 아닐까 싶다.(스와데스에 천을 짜는 카스트가 농부로 전업하자, 마을 사람들이 사회적으로 매장시켰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마우지의 아버지도 가업-자신의 카스트-를 잇기를 거부해서 많은 시련을 겪었을 것이다) 그래서 마우지가 옷을 만들겠다고 했을 때 노발대발하며 반대한 것일 수도 있다. 자신이 집안의 숙명(카스트)를 끊으려고 노력했는데, 다음세대인 아들이 다시 하겠다고 하니까.
⟪수이 다가⟫가 마디야 프라데시의 찬데리에서 촬영하는 동안에, 배우들이 찬데리의 사리를 구입했다고 한다. 아누슈카 샤르마는 찬데리 사리를 35벌을 샀다고 한다.
★★★☆
수이 다가 Sui Dhaaga 2018
인도영화, 드라마, 볼리우드
감독: 샤랏 카타리야Sharat Katariya
주연:아누슈카 샤르마
Anushka Sharma,
바룬 다완Varun Darwan
촬영장소: 찬데리Chanderi, Faridabad(공장 장면), Delhi
2시간2분 한글자막
춤 안춤
#아마존프라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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