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멋진 인생 It’s wonderful life (1946) -역대 최고의 크리스마스 영화



최고의 크리스마스 영화는 쥐뿔,


작위적이고 지루한 크리스마스 캐럴 짝퉁 영화에다가, 

가부장제에 희생되는 남자를 미화시키는 선동 영화이다.



 미국 동부의 작은 마을 베드퍼드 폴즈(Bedford Falls 이름부터가 나락 falls)의 잘생기고 싹싹한 총각(!) 조지 베일리는 이 지루하고 작은 촌 동네를 떠나 세계 여행을 하고, 남을 돕는 의미 있고 중요한 일을 하는 것이 어릴 때부터 꿈이었다. 어릴 때, 동생을 구하다가 시력을 잃고, 파트타임으로 일하는 가게의 사장을 돕다가 매를 맞는 등 다른 이들을 위해 헌신하는 캐릭터인 조지는 아버지의 사업(소규모 대출 회사)을 돕기 위해 자신의 꿈을 미룬다. 아버지의 회사에 4년을 헌신한 후에 조지는 이제야 자신도 대학을 갈 수 있기를 기대했더니 아버지가 돌아가시고, 결국 아버지 사업을 돌보기 위해 세계 여행의 꿈도 포기한다. 조지는 자신 대신에 동생을 대학에 보내 공부를 시켜준다. 동생은 더 큰 세상에 나가 성장을 하고 여자를 만나 결혼을 하고 취직을 한다. 조지는 동생이 대학을 졸업하면 집으로 돌아와서 아버지의 회사를 맡을 것으로 생각했고, 그러면 자신이 대학도 진학하고 세계여행도 갈 수 있을 거란 꿈을 가지고 4년을 버텼는데, 동생이 결혼해서 다른 도시에 정착해 버렸으니, 결국 조지는 가족을 위해 자기 꿈을 또 포기하기로 한다. 이제 어머니는 어릴 때부터 조지에게 집착하던 메리와 조지가 결혼하기 원하고, 조지는 이 압박에 스트레스를 받으나 결국 자신의 꿈은 영원히 포기하고 어머니와 메리의 기대에 부응해서 현모양처 감인 메리와 결혼한다.

 그리고 메리는 베드포드 폴즈에 영원히 살고 싶어 하니까, 조지는 더는 세계로 나가는 꿈은 바라지도 않는다. 결혼으로 책임을 져야 하는 가족이 생겼으므로, 조지는 해외여행은 커녕 옆 동네로 여행도 꿈꾸지 못한다.

집념의 메리. 사랑하는 남자를 위한 소원을 비는 게 아니라,
그 남자가 원치 않는 것-자신이 바라는 것-그 남자의 앞길을 막는 것을 소원으로 비는 이기적인 여자.
그래도 이 장면에서 친구들이 제임스를 위하는 에피소드는 따뜻해서 눈물 났다.

 친구는 대학을 졸업하고 외국을 드나드는 국제적인 사업가가 되고, 동생은 2차 세계대전에 참전해서 대통령이 메달을 걸어주는 전쟁 영웅이 되는데, 조지는 이 촌구석에서 가족들을 위해, 처자식을 부양하기 위해, 아버지 회사(아버지의 꿈)를 지키기 위해, 자신을 희생하며 홀로 고군분투한다.

 이 남자의 소망, 이 남자가 어릴 때부터 꿈꾸던 야망 따위는 엄마도, 현모양처인 아내도 삼촌도 동생도 마을 사람들도 아무도 관심 갖지 않는다. 조지조차도 이 꿈에 대한 미련도 갖지 않고(표현하지 못하고) 가족을 위해, 회사를 위해, 친구들(마을 사람들)을 위해 자기 자신을 헌신한다. 그래서 결국 어느 크리스마스 밤에 폭발한다.



 조지가 자신이 옳다고 생각하는 것을 지키기 위해 자신을 헌신하며 노력해봤자, 주위 사람들에 의해 끊임없이 시련이 닥치자 조지는 폭발해서 삼촌의 멱살을 잡고 원망을 하고, 사랑스러운 현모양처와 앵앵거리는 토끼 같은 자식들에게 막말을 쏟아내며 난동을 부린다. 아 불쌍한 조지! 이때가 조지의 본래 자아가 처음으로 자유롭게 드러난 부분이었다고 생각한다(너무 심한가? 깔깔깔. 진짜 조지는 짜증도 많고 막말도 심하더라. 몇십 년의 스트레스가 그렇게 표출된 것으로 생각한다.)


하지만 ⟪멋진 인생⟫은 크리스마스 영화가 아닌가! 크리스마스 영화는 반드시 가족의 소중함을 일깨우는 해피엔딩으로 끝나야 한다.

 몇십 년간 억눌린 끝에 폭발해버린 조지 베일리는 화를 주체하지 못하고, 결국 자살을 결심한다. (조지의 자살 예고는 영화의 첫 장면에 대사로 설명한다. 그러므로 스포일러가 아니다) 그리고 영화는 (이미 상영 시간의 상당수를 조지 베일리의 인생 설명에 써버렸다) 조지 스튜어트를 빠르게 회개시키기 위해 '크리스마스 캐럴' 놀이를 한다. 왜, 그거 있잖아. 유령이 스크루지 끌고 다니면서 '만약에' 놀이하는 거. 이 영화의 클라이맥스인 이 '마약에' 에피소드도 매우 지루할 수밖에 없었다. 이 영화는 어차피 아주 뻔한 이야기(가족 이데올로기 강화)를 보여줄 거 아닌가. 그러면 뻔한 얘기를 풀어나가는 에피소드라도 신선해야 하는데, 조지 베일리가  '여긴 어디야?' '나 몰라?'를 끊임없이 반복하니까 나는 결국 짜증이 났다. 그렇지만 가족의 소중함을 일깨우는 크리스마스 선동 영화답게 마지막 장면에서는 감정적으로 선동당해서(!) 눈물이 또 났다. 깔깔깔. 이 영화 보면서 두 번이나 눈물 줄줄 흘러댔다! (물론, 마지막도 내용이 뻔했다. 클라이맥스의 문제가 발생했을 때, 내가 '이렇게 해결하면 되겠네'라고 생각한 대로 문제를 극적으로 해결했다. 그러니까 이 영화는 마지막 에피소드까지 매우 안일하고 상투적이었다. 그럼에도 감동적이었다는... ...)










미국인들이 사랑하는 최고의 크리스마스 영화

 이번 크리스마스에도 미국에서 공영방송 한 곳과 케이블방송에서 이 영화를 방영했다. 이 영화가 개봉했을 때(1946년)에는 흥행에 실패했다고 한다. (그래도 로비는 열심히 했는지 아카데미 후보에 오르긴 했다.)

BedfordFallsGeneseeStreet
RKO는 이 영화를 위해 가상 마을인 베드퍼드 폴즈를 세트로 지었다. 아카데미를 겨냥해서 개봉일도 12월로 땅겼으나, 아카데미 상을 받지 못했고 흥행에 실패해서 RKO는 막심한 손해를 봤다.
출처:The RKO Encino Ranch, from Wikimedia Commons


 하지만 크리스마스 때마다 TV에서 방영하면서 인기를 점점 얻어서 1998년에 AFI가 뽑은 위대한 미국영화 100의 11위를 하는 등, 사랑받는 명작으로 대접받고 있다.
 내 추측으로는, 1950년대, 60년대, 70년대, 80년대에(그러니까 2차세계대전 후 베이비부머 시대에) 미국의 아빠들이 가족을 부양하기 위해 일 열심히 하며 바쁘게 살다가, 연말이 되어 크리스마스 연휴에 집에서 사랑하는 가족들과 여유롭게 이 영화를 보게 되고, 조지 베일리가 장남으로서, 남편으로서, 아버지로서 가족을 위해 자신을 희생하는 것을 보고 자기 이야기인 것 같아 감정적 이입을 하며 감동의 눈물을 흘린 것 같다. 그래서 이 영화가 크리스마스 영화로 영원한 인기를 끌게 된 것 같다고 생각한다.


말 그대로 클래식 영화

 내가 이 영화를 가족 이데올로기를 주입하는 선동 영화로 보지만(절반은 농담이다), 1940년대의 FBI는 공산주의를 주입하는 선동 영화로 봤다. 영문 위키에 따르면, 1947년에 FBI는 '이 영화의 헨리 포터 캐릭터(라이오넬 베리모어가 연기)가 스크루즈 타입의 혐오스러운 캐릭터로 나온 것이 자본가를 나쁘게 보이려는 의도로, 이것이 공산주의자들이 사용하는 흔한 묘책이라는 의견이 있다. 그리고 이 영화에서는 상류층을 비열하고 사기 치는 인간들로 비방하려는 의도로 보인다고 한다'고 기록했다고 한다. 세계 대전 직후, 공산주의에 대한 위기의식이 커질 때의 미국인과 21세기 개인을 중시하는 시대의 나와 비슷하면서 다르게 받아들여서 재밌다.

 21세기에 사는 사람의 눈으로 보면, 이 영화는 매우 구닥다리이다. 나는 이 영화 안에 나오는 천사가 전부 남자 목소리인 것이 신기했다. 요즘 시절의 미국 영화였다면, 반드시 저 목소리 중 일부가 여자이거나 전부 여자여야만 한다. 연기도 딱 옛날 영화스러웠다. '쿨'하고 유쾌한 분위기 만들려고 애쓰는 느낌? (2차 세계 대전이 끝난 직후에 나온 영화라서, 사람들의 마음을 위로해주는 영화로 만들어졌다는 얘기가 있다)

내가 스크루볼 코미디를 좋아하지 않다보니, 이런 연기가 오글거렸다.

그래도, 그 유명한 크리스마스 영화를 나도 봤다는 만족감과 민망하게도 두 번이나 눈물을 흘렀다는 점을 생각하면, 그리고 결혼해서 자식이 있는 이 시대의 가장들(남자든 여자이든)이 여전히 이 영화의 조지 베일리에게 감정 이입을 할 수 있다는 점에서 볼만한 영화라고 생각한다. (다신 안 볼 생각이지만 남에게 권할 생각은 있다. 특히 기혼남녀에게. 나만 재미없어하는 영화인 듯.)








멋진 인생 1946

It's Wonderful Life

★★☆

감독: 프랭크 카프라
Frank Capra
배우: 제임스 '지미' 스튜어트
James Stewart     
도나 리드 Donna Reed
        라이오넬 베리모어 Lionel Barrymore
 (드류 베리모어의 큰할아버지)
































Share:

댓글 없음:

댓글 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