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제가 시작했다.
그녀는 앞으로 4일간 사냥을 나설 거야.
우리 도시는 축제 기간에 남자가 홀로 돌아다니지 못하는 세상에서 유일한 도시야.
그녀는 앞으로 4일간 사냥을 나설 거야.
우리 도시는 축제 기간에 남자가 홀로 돌아다니지 못하는 세상에서 유일한 도시야.
북인도의 어느 마을, 찬데리
인도 영화나 뉴스를 보면 알다시피, 북인도 시골 마을은 밤에 여자가 혼자 돌아다니기 위험하다.
하지만 이 영화 속 마을 찬데리는 남자가 밤에 혼자 돌아다니면 위험하다.
남자 몸으로 홀로 싸돌아다니고 그러면 안된다.
매년 돌아오는 축제에 스트리가 돌아다니기 때문이다. 스트리는 결혼을 못하고 죽은 처녀귀신이라 카더라. 그래서 젊은 남자를 옷을 벗기고 홀랑 납치해 간다고… … 그래서 찬데리의 남자들은 다음을 지켜야 한다.
룰 넘버 1. 어떤 상황이든, 집 밖에 홀로 나가지 말 것.
집의 바깥 벽에 '오 스트리 내일 오소서'라고 쓰여 있어야 안전하다.
스트리가 그것을 읽고 다음날 오려고 가버린다고 한다.
룰 넘버 2. 집 밖에 나가야 하면, 절대로 사자가 되지 마라, 늑대가 돼라.
혼자 다니면 스트리에게 홀린다. 남자는 반드시 혼자 다니지 말고 무리 지어 다녀야.
룰 넘버 3: 스트리가 네 이름을 부르면, 네 슬리퍼를 손에 들고 걸어라.
스트리가 이름을 세 번 부르면 그 어떤 남자도 거역하지 못한다.
결국 자제력을 잃고 뒤돌아보고, 게임 오버.
납치된 남자가 어찌 되었는 지는 모른다. 돌아온 적도 없고.
엄마가 남겨진 옷을 붙들고 '우리 아들 총각인데 어쩌냐’ 울부짖을 뿐… …
남자들은 겁에 질려 벌벌 떨 뿐이다.
물론 이 괴담을 믿지 않는 남자가 주인공이다.
바로 이 청년, 비키.
아버지의 가업을 이은 재단사이다.
(북인도에 있는 마을 찬데리는 몇 천 년 전부터 섬유, 재단으로 특화된 도시이다.
재단사 부부의 성장기에 대한 영화 <수이 다가>도 이 도시가 배경이다.)
사람들이 스트리를 조심하라고 해도 콧방귀를 뀌며
조심하지 않는 비키에게 낯선 여자가 접근해온다.
바로 이 여자.
이름도 모른다. 이 동네 사람도 아니라고 한다.
작년 축제 때 오고, 이번에 또 온 거라고 한다.
예쁘고 처음 보는데다가 비키에게 적극적이다... ...
그러면 이 여자가 스트리인 거 아님?
그런데 비키는 멍청하게도 예쁜 여자가 자기한테 친절하다고 마냥 좋아한다.
어휴, 자연 도태될 놈. 하지만 주인공이니까 마냥 당하지만 않겠지.
그리고, 축제가 시작하자 정말로 옷만 남기고 사라지는 남자들이 등장하기 시작한다.
마을은 이것이 스트리의 소행이라 믿고 공황 상태에 빠지는데, 그 양상이 웃기다.
정치인들은 스트리를 이용해서 자신들을 홍보한다. (실질적 해결책도 없다. 누가 스트리를 없애주면 우리 당 덕이다 이런 내용ㅋ)
좌파, 공산주의자들은 이 기회를 놓치지 않고 폭동을 일으킨다.
종교의 나라 인도! 악령이 출몰했다는데, 종교인들이 돈벌이 기회를 놓칠 리가 없다.
집에 혼자 있기 무섭다고 밤에 아내를 붙잡는 남편 |
그리고 겁에 질린 남자들은 아내 뒤에 숨거나, 여자처럼 입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 영화가 매우 웃긴 점이 남자 등장인물들이 성 역할의 족쇄에 갇혀 있지 않다. 그러니까, '사내 자식이 되서 이런 걸 무서워하냐'같은 대사는 단 한 번도 나오지 않는다. 남자도 사람이고 동물인데 당연히 감정이 있고 무서움 타는 것도 똑같지 않은가. 이 영화는 쓸데없이 남자다움을 과시하려는 남자 캐릭터가 없어서, 항상 문제해결을 하려고 나서는 영웅 형 남자도 없다. 여자 뒤에 숨어서 마음껏 무서워하는데 이게 흔히 보는 영화 모습이 아니다보니 매우 웃긴다.
옛날에 어떤 페미니즘 영화의 리뷰를 봤는데, 그 페미니즘 영화가 평화적인 엔딩을 보여주고 있으며, 이는 남성성 지향인 영화의 폭력적인 성향과는 매우 다른 것이라고 써있었다.
이 영화, ⟪스트리⟫의 문제 해결 방식이 정말로 그렇다! 스포일러를 피하고자 왜 평화 지향적이었는지는 말 못한다. 그냥 편견없이 선입견없이 보면 매우 웃긴 영화 맞다.
코믹 호러 영화
⟪스트리는⟫는 코믹 호러 영화라서 너무나 보통 사람들인 주인공들이 순진한 행동을 하는 것을 보고 큰 소리로 깔깔깔깔꺄아아아악 비명 지를 수 있다. 웃다가 비명을 동시에 지르더라도, 다시 웃게 되더라. 허허. 내가 공포 영화를 무서워하니까 놀란 것이지, 공포영화라고 부를 수준의 무서움은 전혀 없다. 그러니 공포 영화 싫어하는 사람들도 가볍게 볼 수 있다.
마지막 장면에 대해 입이 간질간질하다. 마지막 장면도 쌈박하게 웃겼다. 영화에서 몇 번이나 이곳 인간들은 이기적이라는 대사가 나오는데, 마지막 장면이 딱 이 마을 사람들의 이기적이고 무심한 면을 드러내는 장면이었다. 끝까지 경쾌하게 웃기는 영화였다.
그런데, 속편이 나올 것이라고 한다. 주인공인 라지쿠마르 라오도 출연한다고 한다.
1편의 마지막에서 내용을 이어가려는 것 같은데, 지금 결말이 깔끔해서 그러지 않았으면 좋겠다.
그리고, 영화 제일 처음에 실화를 바탕으로 했다고 나오는데,
찾아보니 불가 20여 년 전인 1990년대에 벵갈루루(그 당시 이름은 방갈로르)에서 유행한 도시괴담이 원전이다.
도시괴담 - 날레 바 Nale Ba
날레 바는 카르나타카 주의 언어인 칸네다어로 '내일 와라'는 뜻이다. 카르나타카 주에서 유행한 시골 괴담의 이름이다. 신부 유령이 자신의 남편을 찾아 마을을 떠돌아다니다가 남자를 납치한다. 다른 버전으로 벵갈루루에서 유행한 도시 괴담 버전은 마녀가 밤에 거리를 떠돌다가 문을 두들긴다. 그리곤 가족 중 한 명의 목소리로 문을 열어달라고 한다. 그 소리를 믿고 문을 열면, 죽는다. 그래서 마을 사람들은 문밖에 'Naale Baa(내일 와)'라고 써놓는다. 그러면 유령은 왔다가 그것을 읽고 내일 다시 왔다가 그것을 또 읽고 다음날 또 반복한다 (그렇다! 문맹률 높은 인도에서 이 유령은 글을 읽을 줄 아는 지식인이다.) 인도 역사에서 남자들이 갑자기 사라지곤 했기 때문에 생겨나기 시작한 괴담이라고 한다. 지금도 시골 사람들은 남자가 사라지면, 벽에 '오 여자 내일 와' 또는 '유령 내일 와'라고 쓴다고 한다.
그런데, 카르나타카는 남인도 영화 지역이고, 발리우드는 북인도를 대상으로 힌디 영화를 만드는 곳이라서 그런가, 감독이 인터뷰에서 긴 변명을 늘어놨다. 감독은 '날레 바 괴담을 인용했지만, 북인도에도 괴담은 많다. 인도의 각 지역이 자신들만의 괴현상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각 지역이 미신을 가지고 있다. 그러니 특정한 지역의 사건이 아니다. 우리는 스트리를 만들기 위해 인도 모든 지역의 전설을 차용했다.'라고 말했다. 덧붙여서 '내가 북인도를 배경으로 정한 이유는 그곳이 잘 맞기 때문이다. 찬데리는 내가 살던 보팔과 가깝다. 나는 항상 거기서 영화를 찍고 싶었다. 처음 작가들이 이 시나리오를 얘기해줬을 때, 나는 북쪽에서 찍으리라는 것을 알았다, 왜냐하면 그 지역 사람들의 유머나 말하는 방식이 매우 이 이야기에 잘 맞았기 때문이다.'
카르나타카 주의 도시 괴담을 가지고 마디아프라데시 주의 찬데리를 배경으로 이야기를 재탄생시킨 것이 별 문제 없어보이는데,
감독은 신경이 많이 쓰이나보다.
얼마 전에 ⟪안다둔⟫도 깔깔 웃으며 봤는데, ⟪스트리⟫도 매우 웃겼다. 내가 미국 코미디 영화를 좋아하는데, 근 5년 간 재밌는 코미디 영화가 없었다. 요즘은 코미디는 인도가 잘 만드는 것 같다.(인도 코미디 영화 달랑 두 편 보고 내린 결론이다.)
마지막으로 이 영화의 히트곡 영상을 올린다. 라지쿠마르 라오가 춤추는 것은 처음 봤는데, 춤 잘 추더라.
라지쿠마르 라오의 연기가 ⟪퀸⟫에서 캉가나 라나우트의 캐릭터와 매우 비슷하다고 느꼈다.
⟪퀸⟫에서 라지쿠마르가 캉가나의 남자친구로 나왔기 때문에 캐릭터를 참고했을까 궁금하다.
Stree, 2018
★★★★
발리우드,
블랙코미디 호러
감독: 아마르 카우식 Amar Kaushik
배우: 라지쿠마르 라오 Raj Kumar Rao
슈라다 카푸르 Shraddha Kapoor
배경: 찬데리(마디야프라데시)
춤 안 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