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razy Rick Asians 크레이지 리치 아시안 리뷰
★★★
미국영화, 로맨틱코미디
감독: 존 추
출연: 콘스탄트 우, 헨리 골딩
촬영장소: 싱가포르, 뉴욕
121분, 한글자막
미국에서 ⟪크레이지 리치 아시안⟫이 흥행한다는 기사를 보고
오래간만에 재미난 로맨틱 코미디가 나왔나보다고 짐작했다.
로맨틱 코미디는 90년대에 황금기였으나 00년대에 하향세였고
10년대에는 암담할 정도로 한물간 장르가 되었다.
로맨틱 코미디가 박스 오피스 1위 한 것도 몇 년 만에 보는 것 같다.
아시안 프라이드라고, 미국 아시안들만 주야장천 보러 가서 몇 주째 1위를 하진 않았을 거다.
오래간만에 나온 인기 있는 로맨틱 코미디이니
인종에 상관없이 로맨틱 코미디 팬들이 보러 가서 인기가 높았던 것이 아닐까 싶다.
한국에도 이 영화가 개봉해서 봤는데, 재밌었다.
그러나 로맨틱 코미디 팬으로서 높은 점수를 주지는 못하겠다.
내용이나 대사 등에서 로맨틱 코미디 장르의 부활을 이끌만한 새로움은 전혀 없었다.
(켄정, 오콰피나의 재밌는 개인기들이 좀 있었을 뿐)
이 영화의 장점은 복고풍 로맨틱 코미디이라는 거.
예쁜 중국여자들이 많이 나오는데 조명때문인지 어색해보일 때가 많았다 |
이 영화는
신데렐라와 왕자님이 등장하고,
주인공 외에 다른 여자들은 질투심으로 신데렐라를 해치려는 사악한 여자들이고,
영화에서 주인공을 해치려는 악당 역할은 시어머니이다.
PC 시대에 보기 힘든 설정으로 굉장히 구닥다리 이야기이다.
그렇기 때문에, 미국에서 이 영화가 인기를 끈 거 같다.
하지만, 같은 이유로 아시아에서 이 영화가 인기를 끌기 힘들 거 같다.
한국이나 인도 등 아시아에는
이런 이야기의 TV 드라마나 영화를 요즘도 많이 만들기 때문이다.
그러니 아시안들에게는 전혀 신선하지 않고,
근사하지도 않은 내용이어서 시큰둥할 거 같다.
영화가 근사하지 않은 건 저예산 영화라서 그런 게 아닐까 싶다.
크레이지 리치 티가 나지 않는다.
꽃보다남자에서 나오는 터무니없게 웃긴 '부의 과시' 이런 거 기대했는데... 영화가 소박하다.
역시, 아시안에게도 인기 있으려면 내용이나 영상이 더 자극적이어야 한다.
크레이지리치의 기대감을 별로 충족시키지 못한다.. 롤스로이스나 명품드레스로 충분하지 않았음 |
제목이 크레이지 리치 아시안이지만 내용을 보니 크레이지 리치 차이니즈였다.
(이런 거 생각하면 된다. 한국계마트는 코리안마트, 베트남마트는 베트나미즈 마트라고 간판 걸때,중국인들은 아시안마트라고 간판을 건다.)
이 영화를 보니,
동남아든 미국이든 중국계들은
자기 나라 정체성보다
중국인으로 정체성이 훨씬 강한 것 같다.
자유 진영의 화교들도 중화사상과 '하나의 중국'에 동조하나 보다.
제이미 정이 이 영화에 매우 출연하고 싶어 했으나
중국인이 아니란 이유로 거절을 당했다고 한다.
그래서 남자주인공이 중국계가 아닌 걸 알고, 제이미 정이 화를 내는 트윗을 썼다.
감정이 많이 상했나 보다. 물론 곧 진심 어린 사과를 하긴 했다.
이 영화가 보여 주려고 애쓰는 면들이나 캐스팅한 배우들을 보면,
이 영화가 한국계 미국인을 여자주인공로 캐스팅할 리가 없다.
제이미 정이 경력이 오래된 배우로 캐스팅에 떨어지는 것에 익숙할 텐데
이번 일에 매우 감정적으로 반응하게 된 것도
캐스팅 미팅 때, 느낌적인 느낌(?)을 받아서일지도 모른다.
크레이지 리치 아시안즈에 나오는 배우는 딱 3명 빼고 다 중국계이다.
이렇게 중국계로만 채우기도 힘들었겠다.
(그래서 영어가 유창한 동남아 화교 배우 다 불러들인 거 같다.
인탄 공주역의 배우는 필리핀 배우로 아키노 전 대통령의 동생이며 중국계 혼혈이다.)
중국계가 아닌 이들은 남자주인공인 헨리 골딩, 한국계 켄 정, 일본계 소노야 미즈노 딱 3명이다.
나는 ⟪크레이지 리치 아시안⟫에서 소노야 미즈노를 못 알아보고 싱가포르 배우인 줄 알았다.
그래서 소노야 미즈노가 예쁘고 배역과 어울릴 거 같은데 왜 주연을 맡지 못했을까 의아했는데, 일본계이니까 이 영화에서 주연은 절대 못 맡는다. 대사가 몇 없는 조연이라 배역 맡는 것이 가능했나 봄.
이 영화에서 이 셋이 가장 재밌었다. 왼쪽 2명은 중국계가 아니다 |
이 영화의 인종차별적인 면면 중에 가장 웃긴 건
영화 속 인도인들의 모습이다. (그렇다. 인도인들이 여러 번 나왔었다!)
서비스직으로 등장했는데,
중국과 인도가 서로 경쟁상대로 의식하고 헐뜯는 건 알고 있었는데,
중국인 우월주의를 과시하는 이 영화에서
인도인들을 이렇게 써먹는 게 웃겼다.
중국계만 캐스팅하면서 이럴 때는 인도인ㅋ
배경에 나온 인도계 도어맨 |
경호를 서는 건 시크교 인도인 |
중국계 미국인들은 이 영화를 보고 아시안 프라이드를 느꼈다니,
그동안 세계 영화나 미디어 속에서 묘사되는 중국인 모습에 중국인들이 서러움이 많았나 보다.나는 이 영화를 보고,
중국계들은 매우 화려하고 요란한 걸 좋아하고
그런 모습을 과시하는 데에서 자부심을 느끼나보다고 생각했다.
로맨틱 코미디로도 재미있고
화교들의 취향이나 중화사상에 대한 지식도 얻을 수 있어 흥미로운 영화였다
중국계 미국인들은 이 영화가 아시아에선 외면받았다고 서운해하지 않았으면 한다.
아시아에는 이런 내용으로 훨씬 자극적인 영화가 너무 많아서 어쩔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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