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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넷 Tenet 2020 - 관념을 물리적으로 보는 영화(노스포)

 


1. 놀란 영화는 반드시 큰 화면으로

나는 놀란 감독의 영화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데도 그의 영화는 반드시 극장에서 본다.

그의 영화는 소재가 매번 흥미롭고  "보는" 즐거움을 추구하는 영화이기 때문에 큰 스크린으로 봐야한다고 믿는다. 좋아하지 않는 이유는  그의 영화들이 소재와 기획이 근사한 반면에 후반부에는 김이 빠져버린 콜라마냥 맹탕이 되버리기 때문이다.(물론 명작인 〈다크나이트〉는 예외이다) 

그의 신작 〈테넷〉을 보러 정말 오랜만에 극장에 갔다. 첫장면부터 화면의 색감이 깊은 것을 보고 내가 그동안 넷플릭스와 인도영화로 디지털 땟깔에 너무 익숙해져있다고 느꼈다. 놀란 영화는 필름으로 볼 수 있으면 좋겠지만, 한국에서 디지털 상영으로 봐야한다. 



2. 존 데이비드 워싱턴 



놀란 감독은 뛰어난 기획력과 연출력을 가진 감독이지만 연기연출이 약한 편이라서 그는 연기력이 검증된 베테랑 배우들을 주로 고용했다. 〈테넷〉에서 그가 처음으로 신인 배우, 그것도 흑인 배우를 단독 주연으로 내세웠는데 이 슈퍼루키는 바로 미국 국민배우 덴젤 워싱턴의 큰아들이다. 존 데이비드 워싱턴은 86년생으로 31세 때 데뷔한 늦깎이 배우이다. 원래 프로미식축구 선수였다. 그는 비록 아버지의 아름다운 외모는 닮지 않았지만, 매력있고 호감가는 외모와 안정적인 연기력을 지닌 배우이다. 그는 다른 헐리우드 스타2세들에 비해 아버지의 후광이 약한데, 그는 2015년 〈Baller〉라는 TV드라마에 캐스팅된 후에야 덴젤에게 자신이 배우 커리어를 시작했다고 알렸다고 한다. 〈Baller〉의 성공적 데뷔 이후 중요한 영화에 캐스팅되었다. 그는 〈블랙클랜스맨〉에서 단독 주연으로 매우 안정적으로 연기했는데,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은 그 영화를 보고 존 데이비드 워싱턴을 캐스팅했다고 한다. 



프로미식축구 출신이라서 그런가, 존의 액션 연기가 매우 파워풀하다. 존 데이비드 워싱턴이 액션 영화 많이 찍었음 좋겠다. 




3. 과거와 미래의 공존


이 영화는 시간에 관한 영화이다. 〈테넷〉에서 과거와 미래, 과거와 현재라는 눈에 보이지 않는 개념을 한 공간 안에서 공존하는 것을 화면으로 목도하면 매우 혼란스럽다. 


우리 3차원 세계 사람들의 상식으로 시간은 과거에서 미래로 일직선으로 흐른다. 

빨간사람은 과거의 나, 파란 사람은 미래의 나이다.  


〈테넷〉에서 인버터라는 기계로 시간이라는 일직선을 꺾으면, 아래 사진처럼 빨간사람(과거)와 파란사람(미래)가 한 공간에 있게 되는데, 선(시간의 방향)을 꺾었기 때문에 시간의 방향이 반대가 된다. 




즉, 과거의 입장에서 같은 공간에 공존하는 미래가 거꾸로 가는 것처럼 보인다. 

물리적 공간 안에 과거와 미래가 공존하나, 각각에게 상대의 시간은 거꾸로 보인다.

그래서 〈테넷〉에서 현재 빨간 사람 눈에 미래의 파란사람은 뒤로 걷는 것처럼 보인다. 시간이 반대로 흐르기 때문이다.  동작 뿐 아니라 같은 공간에서 발생하는 미래의 소리도 거꾸로 들린다.

같은 공간에 있는 미래 사람(파란색) 입장에서도 마찬가지이다. 미래 사람에게 같은 공간의 과거는 거꾸로 가는 것처럼 보인다. 


위의 사진을 보면 주인공들(미래) 입장에서 과거(배경)는 거꾸로 가는 듯 보인다. 배경에 불의 움직임이 거꾸로 간다. 이런 시간 역행 효과를 이용한 액션신이 나오는데 이 장면이 매우 기발하다. 

현재의 시간에 있는 존 데이비드 워싱턴이 미래 시간대에 있어서 동작이 역행하는 악당과 싸우는 액션신은 액션감독이나 연출감독(놀란)이나 매우 설계하기 힘들었을 거 같다. 

후반부에서 레드팀과 블루팀의 협공에서 두 팀이 동시에 한 건물을 폭파했기때문에 한 편의 시간이 거꾸로 가기 때문에 폭탄으로 터트린 건물이 상대팀에서는 다시 올라서는 것이 이중으로 보이는 희한한 장면도 나온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이런 액션신들은 관객에게 잘 전달되지 않는다. 두 시간대가 동시에 존재해서 한 편에서 상대가 역행하는 것으로 보인다는 개념이 생소하다보니까 존 데이비드 워싱턴의 액션씬에서 정방향과 역방향이 몸싸움하는 것이나 건물이 내려갔다 올라갔으나 다시 내려가는 것과 같은 재치있는 장면들을 관객들이 캐치하지 못한다. 1941년에 〈시민 케인〉이 개봉되었을 때, 당시 관객들은 〈시민 케인〉의 전개가 너무 빨라서 정신없어 했다고 한다. 〈테넷〉이 딱 그 기분이다. 80년 후 관객들한텐 〈테넷〉이 지루하고 단조로운 옛날영화가 되려나.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은 이런 비쥬얼을 해낸 것에 대해 매우 만족했을 거 같다. 〈테넷〉은 크리스토퍼 놀란이 구현하고 싶은 비쥬얼을 마음껏 해낸 영화 같다.(스토리보다 비쥬얼에 집중하고 보는 영화임)



그리고 이제 선을 한번 더 꺾자. 


한 공간 내에서 과거(빨간색)과 미래(파란색)이 공존했는데, 미래인 파란색 사람이 인버터(시간 역행 장치)로 시간을 다시 꺾었다. 같은 물리적 공간 안에서 과거와 미래 그리고 새로운 미래가 공존하는데, 새로운 미래의 방향은 과거(빨간색)과 같은 방향이다. 그러니 이 미래의 미래(검정 테두리의 파랑)는 과거의 빨간색과 같은 방향으로 시간이 흐르기 때문에 소리가 거꾸로 들리지 않으므로 서로 대화가 가능하다. ㅋㅋㅋ

여전히  시공간에서 공간과 시간을 분리해서 시간만 꺾는 것이 뭔지 몰라서 혼란스럽다. 과거와 현재 미래가 한 번에 공존하는 개념도 화려한데 화면도 요란하다. 그래서 정신없는데, 어차피 놀란 감독의 영화는 "보는 즐거움"을 위한 영화이니까, 그리고 시간을 꺾는다는 건 현실이 아니라 어디까지나 상상(가정)이니까 맘 편히 잘생기고 재능있는 존 데이비드 워싱턴과 로버트 패티슨의 궁합 잘 맞는 연기와 과거와 현재의 공존을 상상한 화려한 비쥬얼을 즐겼다. 


극 중에서 존 데이비드 워싱턴(the Protagonist)과 로버트 패티슨의 닐은 좋은 연기 궁합을 보여줬다. 영화 역사 상 명대사 중 하나로 꼽히는 카사블랑카의 마지막 대사 "이것이 아름다운 우정의 시작인 거 같아'가 아예 〈테넷〉에 인용된다. 특히나 로버트 패티슨의 닐 캐릭터가 the Protagonist에게 애착이 크다. 로버트 패티슨은 이 영화에서 주인공의 사이드킥으로 나오는데, 주인공인 존 데이비드 워싱턴과 좋은 연기 궁합을 만들기 위해 존 데이비드 워싱턴과 친해지려고 노력했다고 한다. 

〈테넷〉 해외 로케 중 밤마실에 나선 로버트 패티슨과 존 데이비드 워싱턴



놀란의 영화는 다음에도 극장 가서 볼 꺼다. 아니 그 전에 이 영화를 한 번 더 봐야겠음. 간만에 눈이 즐거운 영화 봐서 좋았다. 





테넷 TENET


영어 2020 SF 스릴러  


감독: 크리스토퍼 놀란

출연: 존 데이비드 워싱턴

로버트 패티슨

엘리자베스 데비키 

케네스 브래너

마이클 케인 

아론 테일러-존슨

딤플 카다피아

히메시 파텔

클레망스 포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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