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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야래 Uyare 2019 - 희생자에게 밝은 격려를





2019년 말라얄람영화 ⟪Uyare⟫. 우야래는 'rise'란 뜻이다. 높이 솟아라라는 뜻으로 쓰인 듯. 이 말은 이 영화를 보면 팔라비에게 해주고 싶어지는 말이다.



말랴알람 스타인 파르바티, 토마스 토비노, 아시프 알리가 나오고 여자 비행사 이야기이길래,

팔라비 역의 파르바티와 남자친구 고빈드 역의 아시프 알리 

비행사 부사장인 재벌남 비샬 역의 토마스 토비노


어릴 때부터 비행사가 꿈이던 주인공 팔라비가 오래 사귄 남자친구를 뒤로 하고 큰 도시로 나가 여자 비행사에 대한 사회적 편견을 극복하고 비행사가 되는데 성공하고, 뒤쳐진 순박한 남자친구와 헤어진 후에, 자기 비행사 부사장인 세련된 재벌남과 새로운 사랑을 시작하는 영화일 거라고 생각했는데,



아니다.



⟪우야래⟫는 염산 공격의 희생자가 시련을 극복하고 당당하게 서는 과정을 그리는 생존 영화이다.





대학교에서 춤을 추는 팔라비. 말라얄람 영화에서 대학교가 배경인 경우 춤 경연대회가 꼭 나온다. 케랄라 주 대학교에서 경연대회가 인기인 듯. 


그리고 그 모습을 못마땅하게 보는 남자친구 고빈드 



발랄한 대학생 팔라비는 항공기 조종사가 되고 싶어한다.
그녀의 8년 사귄 남자친구 고빈드는 매우 보수적인 남자로 팔라비가 댄스 경연 대회에서 춤 추는 것도 싫어하고, 조종사가 되기 위해 멀리 떠나는 것도 싫어한다. 



반면에 팔라비의 아버지는 팔라비의 꿈을 이루기 위해 회사에 취직한다. 그는 오래 전에 은퇴했는데, 퇴직금을 첫째 딸의 교육(과 결혼)에 다 썼기 때문이다. 아버지의 금전적 지원으로 팔라비는 뭄바이의 비행학교로 유학을 갈 수 있게 되었다. 팔라비는 고빈드가 반대하니까, 아버지에게도 남자친구를 설득해달라고 부탁한다. 고빈드는 남자친구로서 팔라비의 꿈이 이뤄지는 것에 기뻐하거나 격려해주지도 않고, 팔라비는 남자친구에게 자신의 의사를 표현하지 못해 아버지에게 부탁해야 한다.

아버지는 남자친구가 좋은 사람이 아닌 거 같다고 걱정하지만, 팔라비는 8년 전에 고빈드를 처음 만나게 된 계기를 말하며 자신은 고빈드를 믿는다고 말한다.
(고빈드에게 제대로 말도 못하면서...)


눈물의 이별을 하는 두 사람.











비행 학교에서 우수한 성적을 내는 팔라비.

학교에 귀빈이 왔을때, 우수학생으로 선발되서 귀빈을 접대하는 역할을 맡는다.
그리고 그 귀빈이 항공사 부사장인 비샬(토마스 토비노)이다.

이 둘은 학교의 여자 화장실 안에서 처음 만나는데 이 에피소드가 재미있다.


비샬은 화장실 문의 BLA 표시가 어떻게 남녀 화장실의 구분이 되냐 묻고,


팔라비는 '남자는 필요한 말만 하니까 BLA, 여자는 말이 너무 많으니BLABLABLABLABLABLABLABLABLA'라고 설명해준다. 비샬이 재밌다며 누가 이런 건 생각해낸 거냐 묻자, 팔라비는 "글쎄요, 남자가 만든 건 확실하네요"라고 쏘아붙인다.

실제로 있는 문이지, 영화 소품인지 모르겠지만 참 한심한 문짝이다. 
수다를 즐기는 남자들에 대한 모욕임ㅋ






어느 날, 수업시간에 남자친구 고빈드가 전화를 하고, 팔라비는 경솔하게도 전화기를 끄지 않았기 때문에, 진동 소리가 크게 울려서 수업을 방해해버린다. 선생이 이를 꾸짖는데, 팔라비는 '진동으로 했잖아요'라고 말대꾸를 한다.


선생은 팔라비를 교실에서 내보낸다.


교실에서 쫓겨난 팔라비는 고빈드에게 전화해서 '내가 수업 중인 거 알면서 왜 전화하냐? 너때문에 나는 수업을 못듣게 됐다'고 소리를 지르고 전화를 끊자,



그 답례로 고빈드는


 자해 사진을 보낸다.



놀란 팔라비는 당장 케랄라 주의 고향으로 날아가서,



남자친구를 위로해준다. 고빈드는 자신도 좋은 직장을 구했다며 외국에 나가서 살자고 한다. 팔라비가 자신의 꿈은 안중에도 없냐 묻자, 고빈드는 비행 학원 가봤으면 된 거 아니냐며 앙탈을 부린다.


우수한 성적으로 비행사 자격증을 딴 팔라비와 친구들은 축하 파티를 하는데,


팔라비는 아버지에게 전화해서 친구들과 술 마시는 중이라고 말하고, 남자친구에게 전화할때는 조용한 장소로 가서 '방에 있다. 이제 잘 꺼다'라고 말한다.
대개의 여자들은 부모에게는 집이라고 말하고, 남친에게는 밖에서 노는 중이다라고 말할텐데, 반대가 된 팔라비의 상황.




사실 고빈드는 뭄바이로 와서 기숙사 앞에서 그녀를 기다리고 있었고, 팔라비에게 '자신에게 거짓말 했냐, 머리스타일은 뭐냐, 너 창녀냐'며 소리를 질러대자 팔라비는 헤어지자고 말한다.



그래서 다음날, 




그 답례로 고빈드는
























영화의 후반부는 염산 희생자가 된 팔라비가 이 시련 이후로 일어서는(rise) 과정이다. 친구들과 아버지는 비행사가 되라고 팔라비를 설득한다. 그리고 팔라비도 비행사 체력 테스트를 통과한다. 만약 한국이었다면, 외모가 흉해진 장애인에게 비행사의 기회를 줄 까 궁금해졌다.

안타깝게도 팔라비는 염산 피해를 입은 눈에 시각 문제가 있어서 비행사 부적합 판정을 받고 비행자 자격증도 취소된다. 그리고 염산피해 재판에서 고빈드는 '나는 염산공격을 하지 않았다. 내가 했다고 본 사람이 전혀 없지 않는가? 나는 저 피해자가 불쌍해서 결혼해줄 의사도 있다'고 말한다. 고빈드의 부모는 팔라비에게 '고빈드가 좋은 곳에 취직했는데 재판때문에 해외에 나가지도 못한다. 재판을 포기해달라, 우리 아들의 밝은 미래를 망칠 셈이냐'고 요구하고, 이에 팔라비는 끝까지 재판을 하겠다고 결심한다. 


친구가 팔라비에게 자신의 첫 비행에 함께 해달라며 델리로 와달라고 부탁하자, 팔라비는 얼굴 반쪽을 가리고 용기를 내서 델리로 간다. 

그리고 친구는 델리의 '염산피해자의 집'으로 팔라비를 데려간다. 


염산공격의 피해자들이 일하는 카페. 델리에 있다. 
델리는 인도의 수도로 인도 북부 우타르 프라데시에 있다. 카스트와 천민 차별을 다룬 영화 ⟪아티클 15⟫가 우타르 프라데시가 배경이다. 
염산공격이나 명예 살인은 북인도와 파키스탄에서 자주 일어나는 비극이다. 



실제 염산공격 피해자들이 나와 팔라비를 포옹해준다.
이들은 얼굴을 가리지 않고 당당하게 경제활동을 하고 있었다.


델리에서 코친으로 돌아가는 비행기 안, 팔라비는 용기를 내서 스카프를 벗어본다. 하지만, 앞자리에 앉은 어린아이가 팔라비를 보고 울음을 터트리자, 

팔라비는 앞자리로 옮기고, 



항공사 부사장인 비샬과 재회한다. 이 기회를 활용해 팔라비는 비샬의 회사에 승무원이 되고 싶다고 부탁한다. 사람을 접하는 서비스 직업인 승무원의 꿈을 새롭게 가진 팔라비!




나는 이 영화를 매우 재밌게 봤는데, 그 이유가 이 영화가 신체적 장애를 가진 이들을 동정의 시선으로 보지 않고, 주인공인 팔라비는 밝은 강한 인품의 소유자로 좌절하고 남탓하는 인간이 아니라 성장하고 승리하는 인간이라서 그녀를 응원하며 볼 수 있었기 때문이었다. 이 영화에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극복해내는' 감성팔이가 나오지 않는다. 그녀는 흉해진 한쪽 얼굴을 가리지 않고 영화 내내 당당하게 보여 준다. 그건 어쩔 수 없이 생긴 흠이지, 숨겨야 하는 나쁜 것이 아니니까. 팔라비가 처음 승무원으로 일하게 됐을때도, 승객들이 흉한 얼굴을 보기 싫다고 괴롭히는 따위의 진부한 클리셰는 전혀 나오지 않는다. 오히려 염산피해자가 승무원이라고 화제가 되고, 승객들은 그녀를 보기를 좋아한다. 나중에 승무원 직업을 잃는 위기가 온 것도 팔라비의 잘못이지 그녀의 흉한 외모때문이 아니다. 위의 수업시간 에피소드에서 보듯, 팔라비는 욱하는 성격이 있어서 서비스 직에 능하지 못한다. 

운좋게도 항공사 사장과 인맥이 있어서 그 덕에 승무원 기회를 따낸다던가, 비행의 기회를 잡는다던가 등등 너무 판타지같은 기적이 몇 번 나오긴하지만, 그녀의 강하고 긍정적인 아우라가 "따낸" 기회이기 때문에 그리고 이 영화가 염산피해자가 당당히 일어서는 과정을 '함께 즐기는' 영화이기 때문에 이 정도의 설정은 눈 감아 줄 수 있다. 


2019년 4월에 개봉한 영화로 해외 넷플릭스는 진작에 서비스 중이다. 한국에서도 볼 수 있기를.
(인도 언론들이 2019년 5월에 한국에 우야래가 개봉했다고 기사를 냈었다. #관련기사)









우야래 
Uyare, 2019

말라얄람, 드라마
★★★★



감독: 마누 아쇼칸
Manu Ashokan

출연: 파르바티 티루보투
Parvathy Thiruvothu
아시프 알리
Asif Ali
토비노 토마스 
Tovino Tomas



125분, 춤안춤


넷플릭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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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15 조 Article 15 (2019) - 우리가 아는 인디아






인도 우타르 프라데시의 랄가온(Laalgaon 이 영화 속 가상의 마을. 가온은 마을이란 뜻)에서 3명의 소녀가 실종된다.





아얀 란잔(Ayan Ranjan, 아유쉬만 쿠라나)이 랄가온에 경찰서장으로 막 부임해 왔다. 그는 영국에서 성장했고, 델리에 있는 명문대 St. Stephens College를 졸업한 엘리트이다. 


그에게는 이 3명의 소녀 실종 사건이 첫 사건인 셈.


그러나, 지역 경찰들은 이 사건에 별 관심을 두지 않는다. 



 ' 이 동네에서 여자애들이 집에서 나갔다가 돌아오는 건 흔한 일이에요. 
별 거 아닙니다. 알잖아요,  천민 계급 여자애들 뻔하죠' 




경찰서 주요인물 : 왼쪽부터 마얀크(Mayank), 브라마두트(Brahmadutt), 니힐 싱(Nihil Singh) 그리고 아얀 란잔



결국 실종된 소녀 3명 중 2명이 나무에 걸린 시체로 발견된다. 


'발랑 까진 천민 계집애들이 집 나간 것일 뿐이다'라고 말하던 브라마두트 경찰은 이제는 
'그 여자애 둘이 그렇고 그런 사이이다. 천민 여자애들 문란한 거 알지 않냐. 그래서 아버지 둘이 걔들을 죽인 것이다. 천민들이 뻔하지 않냐'
라고 말하며 수사를 종결시키자고 한다. 아직 1명이 실종 상태인데도.




피해자가 천민이니까 공정한 수사를 받을 기회도 박탈되는 거...




경찰서 앞 풍경



천민(달맅 Dalit) 사람들이 아얀 란잔을 기다린다. 경찰서장의 차가 들어오니 경찰이 천대하는 손짓으로 비키라고 한다. 
동물보다 못한 취급 받는 불가촉 천민 계급.




이들과 면담하던 아얀 란잔은, 



천민이 손으로 물을 받아 마시는 것을 보고



경찰서에 컵이 없냐고 묻고, 
부하 경찰은 '서장님 앞이라서 천민들은 손으로 마시는 것'이라고 답한다. 






천민들은 아얀 란잔에게 세 소녀는 일하는 공장에서 주급을 3루피 올려달라고 요청했다가, 사람들 보는 앞에서 본보기로 개패듯 맞았다고 말한다. 

3루피는 한국돈으로 약 50원...




길에서 목욕하는 천민 소녀.
북인도는 상당수 가정에 화장실이 없어서 이렇게 거리에서 옷을 입은 채 목욕하는 이들이 많다. 





어린 소녀 3명의 실종 사건에 공장 사장이 연루되었다는 것을 알게 된 아얀 란잔.
그 공장 사장은 정치인들과 커넥션이 있다. 

그러나, 3명의 천민 소녀들 실종사건을 파고드는 아얀 란잔에게
이 지역 토박이인 경찰들은 '이 사람들 일에 신경쓸 거 없다'고 말하고 



아얀은 도대체 당신들이 말하는 '이 사람'들이 누구냐고 묻는다. 
천민이니까 경찰과 법의 보호도 받지 못하는 게 당연하다. 








부하 경찰 브라마두트는 '천민 아버지 둘이 그 여자애 둘을 강간하고는 들킬까 무서워 목 매달아 죽인 것이다. 그 아버지 둘을 감옥에 잡아두었다'라고 말하며 그져 '별일 아니다, 이 동네에서 흔한 일이다'고 말한다. 


소녀들을 강간살해 살해했다는 누명까지 쓴 피해자의 아버지들...
순전히 천민이기 때문에...


두 소녀를 매장하는 모습. 
힌두교는 화장이 관습이나, 두 소녀는 천민이기 때문에 화장하지 못하고 땅에 묻힌다. 
경찰들이 여기에 와서 슬퍼하는 두 아버지를 강간살해범으로 잡아간다. 천민이니까 인도적인 배려도 받지 못한다.






갑갑한 아얀 란잔.

그의 수사에 가장 큰 장애물은 사회적 악습보다 그를 현지 물정 모르는 외부인 취급하는 부하 경찰들이다. 
이들은 카스트에 얷매여서 무기력하다. 


결국 아얀 란잔은  1949년에 만들어진 헌법 제15조 "국가는 인종, 종교, 카스트, 성, 태어난 장소에 따라 시민을 차별하지 않는다"를 경찰서 벽에 붙이며, 이 지역 경찰들에게 각성을 촉구하는데...














⟪블라인드 멜로디⟫의 아유쉬만 쿠라나의 2019년 신작 ⟪제 15조 Article 15⟫는 근래 나온 발리우드 영화 중에 카스트를 다루는 거의 유일한 영화이다. 인도 영화를 자처하며 근사하고 화려한 때깔의 영화를 찍어내는 '꿈의 공장'인 발리우드는 카스트 이야기를 꺼려했다.

2015년에 영화 ⟪뉴튼 Newton⟫이 개봉했을 때, 달릿(Dalit, 인도 천민 계급)이 주인공인 발리우드 영화가 몇십 년 만에 나와서 화제가 되기도 했었다(반면에 남인도는 천민이 주인공인 영화도 많고, 천민 출신 슈퍼스타들도 있다). 인도 전역에서 흥행한 마라티 영화 ⟪사이랕 Sairat⟫(2016)을 리메이크한 발리우드 영화 ⟪다닥 Dhadak⟫(2018)은 영화의 주요 갈등인 카스트를 쏘옥 빼버려서 인도에서 크게 비난을 받았었다. 그 당시에 '왜 발리우드는 카스트 얘기를 두려워하나'는 소리도 들었다. 

올해 2019년 6월에 개봉한 ⟪제 15조 Article 15⟫에서 아얀 란잔이 경찰들에게 너네는 무슨 카스트냐고 물어보는 장면이 나온다. 경찰들은 크샨트리야, 브라민이거나 수드라 계급이나 OBC(상대적으로 차별받는 계층) 또는 천민 계급이었다. 내가 여태 인도영화를 100여편 봤는데, 천민 계급 카스트가 줄줄이 언급되는 장면은 처음 봤다. 발리우드 영화에서 카스트를 드러내는 것은 금기시되어 있다. 아얀 란잔은 나중에 경찰들의 카스트를 공개적으로 물었다고 징계를 받는다.  



영화에 나온 하수구 청소하는 모습. 하수구에 쌓인 침전물을 꺼내기 위해 직접 들어간다.
이 일은 천민들의 직업이다. 인도는 새마을 운동이 매우 시급한 나라이다




⟪제 15조 Article 15⟫의 미덕은 살인 사건을 통해 카스트와 정치를 전면에 내세우지만 샤룩 칸의 ⟪스와데스⟫나 아미르 칸의 영화처럼 계몽적으로 가르치려고 들지 않는다는 점이다. 영화의 톤은 ⟪살인의 추억⟫처럼 어둡고 관조적이다. 이 영화를 보고 스페인 영화 ⟪살인의 늪⟫(2014)이 연상되었다. ⟪살인의 늪⟫의 감독이 ⟪살인의 추억⟫을 많이 참고했다고 했으니,  ⟪제 15조 Article 15⟫도 살인의 추억이나 살인의 늪을 참고했을 거 같다(그리고 보니, 이 영화에도 비 내리는 장면이 있었다).






제15조

Article 15, 2019


발리우드
★★★★



감독: 아누브하브 신하
Anubhav Sinha

출연: 아유쉬만 쿠라나 
Ayushmann Khurrana
이샤 탈와르
Isha Talwar



촬영장소: 러크나우 
Lucknow, Uttar Pradesh


넷플릭스

춤 안 춤






⟪Article 15⟫는 해외 넷플릭스에서 볼 수 있다.
한국 넷플릭스는 아직 서비스 전이다.

그래서 넷플릭스의 TV 프로그램 및 영화 요청하기에 신청했다.


https://help.netflix.com/ko/titlerequest?ui_action=title-suggestion-quicklink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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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령가소년살인사건 1991 - 4시간 동안 미장센 즐기기




⟪고령가 소년 살인사건⟫은 1960년대 초,  대만의 타이페이의 한 동네를 배경으로 한 성장드라마이다. 자극적인 제목과 달리, 큰 사건은 없이 자잘한 일상을 관망한다. 대만은 인구의 90% 이상이 중국 대륙에서 이주한 한족으로, 1800년대 말 청나라 말기에 이주한 한족들과 1900년대에 공산당을 피해 국민당과 함께 이주한 한족들이 차지한 나라이다. 그래서 ⟪고령가 소년 살인사건⟫에서도 이주한 지 얼마 되지 않은 한족들은 '고향이 어디냐', '그 시절에 잘살았었다' 등의 대화를 나눈다. 이주민들 사이의 척박한 민도를 볼 수 있었다. 주인공의 단골 구멍가게의 주인은 자신이 중국에서 잘나갔다며, 주인공 집안을 깎아내린다. 

대만에 정착한 지 20년이 채 안 된 한족들은 청나라 시절에 이주한 한족들과도 알력이 있었다고 한다. 이 영화에서는 나오지 않는다. 대신 주인공 중학생들 사이에 부모 직업에 따라 군인 자식들의 갱단과 공무원 자식들의 갱단이 만들어져있다. 








몰려든 한족들 때문에 밀려난 대만 원주민들은 어떻게 되었을까 궁금하다. 중국 남부에 사는 소수민족들은 대만으로 이주하지 못했나? 대만을 점령한 한족들 텃세에 대만으로 이주할 생각조차 하지 못한 것일까. 
물론 이 한족 영화에는 대만 원주민이나 한족이 아닌 민족은 전혀 언급되지 않는다. 

주인공 장첸의 집 부엌. 적산가옥

중국 본토에서 이주한 이들은 일본인들이 살던 일본식 가옥에서 산다. 한국인들은 일제시대 일본인들이 지은 건물을 적의 재산이라는 뜻인 적산가옥이라고 부르며 그 건물을 멀리했다(적산가옥을 '우리가 지켜야 할 소중한 문화재'라고 주장하는 친일파들도 있지만). 
본토에서 보따리만 들고 이주한 한족들은 가릴 처지가 아니었을 것이다. 
⟪고령가 소년 살인사건⟫에도 여러 일본식 가옥이 나온다. 

주인공 가족의 식사 풍경. 일본식 집이다

부자 친구의 적산가옥(일본식 가옥) 

이 집이 대만의 전통적 가옥 형태인 듯. 더운 지방의 집은 땅에서 떨어져있다


이 외에도 모든 장면이 미장센을 공들였다. 깊이감이 있는 예쁜 화면 구경하는 재미가 있었다. 





화면, 미술, 구도가 매우 예뻤다.


작은 소품의 디자인조차 공들였다. 붉은 색의 꽃무늬로 액센트를 주었다. 



이 시절 한족들에겐 아침에 목욕하는 것이 생소한 문화였나보다.


영화 촬영 현장. 뒷배경 끝에 엑스트라들을 배치해 공간을 채우고 깊이감을 주었다. 
거의 모든 장면이 이런 식으로 깊이감을 주었다. 
무려 4시간짜리 영화를 매 장면을 이렇게 공들인 거 대단하다. 



이 동네 최고 미인인 소녀. 맑고 순수한 외모라서 극동아시아인 취향인 것 인정.
자신은 순수하고, 남자들이 다 자신을 좋아하며, 책임지기 싫어 떠난다고 말한다.
중학생 나이에 이미 꽃뱀 끼가 다분한 여자아이였다.


⟪고령가 소년 살인사건⟫ 1950년대 말~1960년대 초 대만의 풍경과 정서를 풍부하게 재현해냈다. 여기에 중점을 두고 영화를 보면 재밌다. 










고령가 소년 살인사건
A bright Summer Day 1991




대만, 성장드라마
★★



감독: 에드워드 양
출연: 장첸

왓챠플레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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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부녀임을 나타내는 장신구 : 망갈수트라, 은발찌, 은발가락찌, 붉은 빈디 신두르




1. 결혼목걸이 : 망갈수트라 






인도의 유부녀들은 망갈수트라라고 불리는 결혼 목걸이를 착용한다.  
결혼식에서 신랑이 신부의 목에 검정색 비즈가 엮여있는 검정색이나 노란색 실을 목에 걸어준다.
이 목걸이를 망갈라 수트라, 망갈수트라라고 부른다. 산스크리트어로 신성한mangla 실thread란 뜻이다. 

결혼목걸이는 인도 대륙과 스리랑카, 네팔에 널리 퍼진 풍습인데 지역에 따라 망갈라 수트라의 디자인도 다양하다. 




남인도의 망갈수트라



  • 카르나타카 주

콘카니 민족의 기혼녀는 세가닥의 목걸이를 한다.
(콘카니는 카르나타카 주에 사는 민족으로 디피카 파두콘이 콘카니 출신이다) 
콘카니의 결혼목걸이는 '다레마니'라고 부르는 금 목걸이, 
두개의 금색 동전이 달린' 망갈라수트라', 
산호색 비즈가 달린 금목걸이인 '카시탈리'로 
구성된다. 







콘카니의 결혼 목걸이






케랄라 주의 기독교인들의 결혼목걸이 미누


  • 케랄라 주

케랄라 주에 사는 기독교인들은 '미누'라는 이름의 망갈수트라를 쓴다. 
검정색 비즈가 엮인 금목걸이 끝에 십자가가 새겨진 펜던트를 단다. 



  • 타밀나두 

타밀나두에서는 망갈라수트라를 탈리라고 부르는데, 디자인이 30여가지로 다양하다. 신부와 신랑의 카스트에 따라 디자인을 선택한다고 한다. 다른 지역처럼 타밀나두에서도 신랑 측이 망갈수트라를 구입하는데, 대개가 힌두 신들을 상징하는 펜던트를 선택한다고 한다. 



타밀나두에서는 망갈수트라를 탈리라고 부른다.
시바 등 힌두 신의 상징을 펜던트로 사용한다. 출처


강황을 매달은 노란 실. 노란색은 태양의 실이다.
천여년 전의 피지배계급의 망갈수트라가 이랬을 듯.







북인도의 망갈수트라 





  • 안드라프라데시
안드라프라데시와 텔란가나 지역은 두개의 동전 크기의 금색 원판이 나란히 달린 목걸이를 쓴다. 
하나의 금화는 신부, 다른 하나는 신랑을 의미한다고



mangalsutra by Parekh Cards



  • 구자라트 
구자라트 지역과 마르와 사람들(Marwaris:라자스탄, 히라이냐, 네팔에 사는 민족)들은 금줄에 다이아몬드 펜던트를 단 망갈라슈트라를 쓴다. 이건 전통은 아니고 최근에 시작한 유행이다.
2018년 11월에 결혼한 디피카 파두콘의 망갈수트라의 커다란 다이아몬드 펜던트는 20 라크 루피 (약 2만8천달러)로 추정된다고 한다. 

디피카 파두콘의 망갈수트라. 

발리우드 스타 디피카 파두콘은 남인도 케랄라 주의 콘카니 민족 출신이다. 반면에 란비르 싱의 할아버지는 펀잡 지방(현재 파키스탄 지역) 출신으로 파키스탄이 분리될 때, 뭄바이로 이주했다. 
(구자라트 지역에서 유행하는 다이아몬드 펜던트과 결혼예물은 란비르 싱의 가족이 골랐다.)
디피카 파두콘과 란비르 싱은 작년 말에 이태리에서 북인도 식, 남인도 식으로 번갈아 식을 올렸다.  


2018년 자신의 뭄바이 결혼피로연에서 망갈수트라를 착용한 디피카 파두콘. 

2019년 망갈수트라를 착용한 유부녀 디피카 파두콘











2. 은발찌와 은발가락찌




은색 발찌 또한 결혼한 여자들만 착용하는 액세서리이다. 
옛날이 배경인 인도영화에 보면, 남자가 무릎을 꿇고 여자의 발목에 은발찌를 채워주는 장면이 종종 나왔는데, 결혼을 전제로 사귀자 또는 결혼하자는 의미였던 것. 





원래 발찌로 금(gold)를 사용하는 것은 금기시되었다. 금은 태양의 색이고 신을 상징하는 신성한 색이기 때문에 땅과 가까운 발에 차지 않았는데, 요즘은 결혼식에서 신부의 장신구로 보석이 달린 화려한 금 발찌가 많이 사용된다. 
하지만, 유부녀임을 알리기 위해 일상에서 쓰는 발찌는 여전히 은발찌이다. 발가락찌도 마찬가지이다. 




3. 빈디, 신두르 



작은 물방울이란 뜻의 빈디는 인도 대륙에서 일상적인 액세서리이다. 빈디는 힌두교의 액세서리로 여성 뿐 아니라 남성들도 미간에 빈디를 찍는다. 


⟪피쿠⟫에서 옷 색깔에 맞춰 파란 빈디를 한 디피카 파두콘

여성들은 옷차림 색에 맞춰 다양한 색의 빈두를 한다.
그러나, 붉은색 빈디는 반드시 남편이 있는 여성만 해야한다.  발리우드 영화 ⟪Hunterrr⟫에서 유부녀의 이마의 붉은 점은 남편을 감시하는 감시 카메라의 불빛이라는 농담이 나온다. 붉은 색 빈디는 기혼녀라는 뜻이다. (과부는 빈디를 하지 않는다)  그리고 이마와 머리의 가르마 경계에 붉은 연료를 바르는 것은 신두르라고 한다. 


⟪타고르 단편극장⟫에서 유부녀. 옷과 색깔을 맞춘 청록색 빈두를 새끼손가락에 붙였다.
유부녀이므로 이마에 붉은 빈두, 앞머리에 신두르를 했다  





벵갈 지역에서 신부는 빈디 장식을 눈썹 선을 따라 화려하게 장식한다. 

⟪타고르 단편극장⟫에서 벵갈 신부 모습의 라디카 압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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