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말라얄람영화 ⟪Uyare⟫. 우야래는 'rise'란 뜻이다. 높이 솟아라라는 뜻으로 쓰인 듯. 이 말은 이 영화를 보면 팔라비에게 해주고 싶어지는 말이다.
말랴알람 스타인 파르바티, 토마스 토비노, 아시프 알리가 나오고 여자 비행사 이야기이길래,
팔라비 역의 파르바티와 남자친구 고빈드 역의 아시프 알리 |
비행사 부사장인 재벌남 비샬 역의 토마스 토비노 |
어릴 때부터 비행사가 꿈이던 주인공 팔라비가 오래 사귄 남자친구를 뒤로 하고 큰 도시로 나가 여자 비행사에 대한 사회적 편견을 극복하고 비행사가 되는데 성공하고, 뒤쳐진 순박한 남자친구와 헤어진 후에, 자기 비행사 부사장인 세련된 재벌남과 새로운 사랑을 시작하는 영화일 거라고 생각했는데,
아니다.
⟪우야래⟫는 염산 공격의 희생자가 시련을 극복하고 당당하게 서는 과정을 그리는 생존 영화이다.
대학교에서 춤을 추는 팔라비. 말라얄람 영화에서 대학교가 배경인 경우 춤 경연대회가 꼭 나온다. 케랄라 주 대학교에서 경연대회가 인기인 듯.
그리고 그 모습을 못마땅하게 보는 남자친구 고빈드
발랄한 대학생 팔라비는 항공기 조종사가 되고 싶어한다.
그녀의 8년 사귄 남자친구 고빈드는 매우 보수적인 남자로 팔라비가 댄스 경연 대회에서 춤 추는 것도 싫어하고, 조종사가 되기 위해 멀리 떠나는 것도 싫어한다.
반면에 팔라비의 아버지는 팔라비의 꿈을 이루기 위해 회사에 취직한다. 그는 오래 전에 은퇴했는데, 퇴직금을 첫째 딸의 교육(과 결혼)에 다 썼기 때문이다. 아버지의 금전적 지원으로 팔라비는 뭄바이의 비행학교로 유학을 갈 수 있게 되었다. 팔라비는 고빈드가 반대하니까, 아버지에게도 남자친구를 설득해달라고 부탁한다. 고빈드는 남자친구로서 팔라비의 꿈이 이뤄지는 것에 기뻐하거나 격려해주지도 않고, 팔라비는 남자친구에게 자신의 의사를 표현하지 못해 아버지에게 부탁해야 한다.
아버지는 남자친구가 좋은 사람이 아닌 거 같다고 걱정하지만, 팔라비는 8년 전에 고빈드를 처음 만나게 된 계기를 말하며 자신은 고빈드를 믿는다고 말한다.
(고빈드에게 제대로 말도 못하면서...)
눈물의 이별을 하는 두 사람.
비행 학교에서 우수한 성적을 내는 팔라비.
학교에 귀빈이 왔을때, 우수학생으로 선발되서 귀빈을 접대하는 역할을 맡는다.
그리고 그 귀빈이 항공사 부사장인 비샬(토마스 토비노)이다.
이 둘은 학교의 여자 화장실 안에서 처음 만나는데 이 에피소드가 재미있다.
비샬은 화장실 문의 BLA 표시가 어떻게 남녀 화장실의 구분이 되냐 묻고,
팔라비는 '남자는 필요한 말만 하니까 BLA, 여자는 말이 너무 많으니BLABLABLABLABLABLABLABLABLA'라고 설명해준다. 비샬이 재밌다며 누가 이런 건 생각해낸 거냐 묻자, 팔라비는 "글쎄요, 남자가 만든 건 확실하네요"라고 쏘아붙인다.
실제로 있는 문이지, 영화 소품인지 모르겠지만 참 한심한 문짝이다.
수다를 즐기는 남자들에 대한 모욕임ㅋ
어느 날, 수업시간에 남자친구 고빈드가 전화를 하고, 팔라비는 경솔하게도 전화기를 끄지 않았기 때문에, 진동 소리가 크게 울려서 수업을 방해해버린다. 선생이 이를 꾸짖는데, 팔라비는 '진동으로 했잖아요'라고 말대꾸를 한다.
선생은 팔라비를 교실에서 내보낸다.
교실에서 쫓겨난 팔라비는 고빈드에게 전화해서 '내가 수업 중인 거 알면서 왜 전화하냐? 너때문에 나는 수업을 못듣게 됐다'고 소리를 지르고 전화를 끊자,
그 답례로 고빈드는
자해 사진을 보낸다.
놀란 팔라비는 당장 케랄라 주의 고향으로 날아가서,
남자친구를 위로해준다. 고빈드는 자신도 좋은 직장을 구했다며 외국에 나가서 살자고 한다. 팔라비가 자신의 꿈은 안중에도 없냐 묻자, 고빈드는 비행 학원 가봤으면 된 거 아니냐며 앙탈을 부린다.
우수한 성적으로 비행사 자격증을 딴 팔라비와 친구들은 축하 파티를 하는데,
팔라비는 아버지에게 전화해서 친구들과 술 마시는 중이라고 말하고, 남자친구에게 전화할때는 조용한 장소로 가서 '방에 있다. 이제 잘 꺼다'라고 말한다.
대개의 여자들은 부모에게는 집이라고 말하고, 남친에게는 밖에서 노는 중이다라고 말할텐데, 반대가 된 팔라비의 상황.
사실 고빈드는 뭄바이로 와서 기숙사 앞에서 그녀를 기다리고 있었고, 팔라비에게 '자신에게 거짓말 했냐, 머리스타일은 뭐냐, 너 창녀냐'며 소리를 질러대자 팔라비는 헤어지자고 말한다.
그래서 다음날,
그 답례로 고빈드는
영화의 후반부는 염산 희생자가 된 팔라비가 이 시련 이후로 일어서는(rise) 과정이다. 친구들과 아버지는 비행사가 되라고 팔라비를 설득한다. 그리고 팔라비도 비행사 체력 테스트를 통과한다. 만약 한국이었다면, 외모가 흉해진 장애인에게 비행사의 기회를 줄 까 궁금해졌다.
안타깝게도 팔라비는 염산 피해를 입은 눈에 시각 문제가 있어서 비행사 부적합 판정을 받고 비행자 자격증도 취소된다. 그리고 염산피해 재판에서 고빈드는 '나는 염산공격을 하지 않았다. 내가 했다고 본 사람이 전혀 없지 않는가? 나는 저 피해자가 불쌍해서 결혼해줄 의사도 있다'고 말한다. 고빈드의 부모는 팔라비에게 '고빈드가 좋은 곳에 취직했는데 재판때문에 해외에 나가지도 못한다. 재판을 포기해달라, 우리 아들의 밝은 미래를 망칠 셈이냐'고 요구하고, 이에 팔라비는 끝까지 재판을 하겠다고 결심한다.
친구가 팔라비에게 자신의 첫 비행에 함께 해달라며 델리로 와달라고 부탁하자, 팔라비는 얼굴 반쪽을 가리고 용기를 내서 델리로 간다.
그리고 친구는 델리의 '염산피해자의 집'으로 팔라비를 데려간다.
염산공격의 피해자들이 일하는 카페. 델리에 있다.
델리는 인도의 수도로 인도 북부 우타르 프라데시에 있다. 카스트와 천민 차별을 다룬 영화 ⟪아티클 15⟫가 우타르 프라데시가 배경이다.
염산공격이나 명예 살인은 북인도와 파키스탄에서 자주 일어나는 비극이다.
실제 염산공격 피해자들이 나와 팔라비를 포옹해준다.
이들은 얼굴을 가리지 않고 당당하게 경제활동을 하고 있었다.
델리에서 코친으로 돌아가는 비행기 안, 팔라비는 용기를 내서 스카프를 벗어본다. 하지만, 앞자리에 앉은 어린아이가 팔라비를 보고 울음을 터트리자,
팔라비는 앞자리로 옮기고,
항공사 부사장인 비샬과 재회한다. 이 기회를 활용해 팔라비는 비샬의 회사에 승무원이 되고 싶다고 부탁한다. 사람을 접하는 서비스 직업인 승무원의 꿈을 새롭게 가진 팔라비!
나는 이 영화를 매우 재밌게 봤는데, 그 이유가 이 영화가 신체적 장애를 가진 이들을 동정의 시선으로 보지 않고, 주인공인 팔라비는 밝은 강한 인품의 소유자로 좌절하고 남탓하는 인간이 아니라 성장하고 승리하는 인간이라서 그녀를 응원하며 볼 수 있었기 때문이었다. 이 영화에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극복해내는' 감성팔이가 나오지 않는다. 그녀는 흉해진 한쪽 얼굴을 가리지 않고 영화 내내 당당하게 보여 준다. 그건 어쩔 수 없이 생긴 흠이지, 숨겨야 하는 나쁜 것이 아니니까. 팔라비가 처음 승무원으로 일하게 됐을때도, 승객들이 흉한 얼굴을 보기 싫다고 괴롭히는 따위의 진부한 클리셰는 전혀 나오지 않는다. 오히려 염산피해자가 승무원이라고 화제가 되고, 승객들은 그녀를 보기를 좋아한다. 나중에 승무원 직업을 잃는 위기가 온 것도 팔라비의 잘못이지 그녀의 흉한 외모때문이 아니다. 위의 수업시간 에피소드에서 보듯, 팔라비는 욱하는 성격이 있어서 서비스 직에 능하지 못한다.
운좋게도 항공사 사장과 인맥이 있어서 그 덕에 승무원 기회를 따낸다던가, 비행의 기회를 잡는다던가 등등 너무 판타지같은 기적이 몇 번 나오긴하지만, 그녀의 강하고 긍정적인 아우라가 "따낸" 기회이기 때문에 그리고 이 영화가 염산피해자가 당당히 일어서는 과정을 '함께 즐기는' 영화이기 때문에 이 정도의 설정은 눈 감아 줄 수 있다.
2019년 4월에 개봉한 영화로 해외 넷플릭스는 진작에 서비스 중이다. 한국에서도 볼 수 있기를.
(인도 언론들이 2019년 5월에 한국에 우야래가 개봉했다고 기사를 냈었다. #관련기사)
우야래
Uyare, 2019
말라얄람, 드라마
★★★★
감독: 마누 아쇼칸
Manu Ashokan
출연: 파르바티 티루보투
Parvathy Thiruvothu
아시프 알리
Asif Ali
토비노 토마스
Tovino Tomas
125분, 춤안춤
넷플릭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