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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15 조 Article 15 (2019) - 우리가 아는 인디아






인도 우타르 프라데시의 랄가온(Laalgaon 이 영화 속 가상의 마을. 가온은 마을이란 뜻)에서 3명의 소녀가 실종된다.





아얀 란잔(Ayan Ranjan, 아유쉬만 쿠라나)이 랄가온에 경찰서장으로 막 부임해 왔다. 그는 영국에서 성장했고, 델리에 있는 명문대 St. Stephens College를 졸업한 엘리트이다. 


그에게는 이 3명의 소녀 실종 사건이 첫 사건인 셈.


그러나, 지역 경찰들은 이 사건에 별 관심을 두지 않는다. 



 ' 이 동네에서 여자애들이 집에서 나갔다가 돌아오는 건 흔한 일이에요. 
별 거 아닙니다. 알잖아요,  천민 계급 여자애들 뻔하죠' 




경찰서 주요인물 : 왼쪽부터 마얀크(Mayank), 브라마두트(Brahmadutt), 니힐 싱(Nihil Singh) 그리고 아얀 란잔



결국 실종된 소녀 3명 중 2명이 나무에 걸린 시체로 발견된다. 


'발랑 까진 천민 계집애들이 집 나간 것일 뿐이다'라고 말하던 브라마두트 경찰은 이제는 
'그 여자애 둘이 그렇고 그런 사이이다. 천민 여자애들 문란한 거 알지 않냐. 그래서 아버지 둘이 걔들을 죽인 것이다. 천민들이 뻔하지 않냐'
라고 말하며 수사를 종결시키자고 한다. 아직 1명이 실종 상태인데도.




피해자가 천민이니까 공정한 수사를 받을 기회도 박탈되는 거...




경찰서 앞 풍경



천민(달맅 Dalit) 사람들이 아얀 란잔을 기다린다. 경찰서장의 차가 들어오니 경찰이 천대하는 손짓으로 비키라고 한다. 
동물보다 못한 취급 받는 불가촉 천민 계급.




이들과 면담하던 아얀 란잔은, 



천민이 손으로 물을 받아 마시는 것을 보고



경찰서에 컵이 없냐고 묻고, 
부하 경찰은 '서장님 앞이라서 천민들은 손으로 마시는 것'이라고 답한다. 






천민들은 아얀 란잔에게 세 소녀는 일하는 공장에서 주급을 3루피 올려달라고 요청했다가, 사람들 보는 앞에서 본보기로 개패듯 맞았다고 말한다. 

3루피는 한국돈으로 약 50원...




길에서 목욕하는 천민 소녀.
북인도는 상당수 가정에 화장실이 없어서 이렇게 거리에서 옷을 입은 채 목욕하는 이들이 많다. 





어린 소녀 3명의 실종 사건에 공장 사장이 연루되었다는 것을 알게 된 아얀 란잔.
그 공장 사장은 정치인들과 커넥션이 있다. 

그러나, 3명의 천민 소녀들 실종사건을 파고드는 아얀 란잔에게
이 지역 토박이인 경찰들은 '이 사람들 일에 신경쓸 거 없다'고 말하고 



아얀은 도대체 당신들이 말하는 '이 사람'들이 누구냐고 묻는다. 
천민이니까 경찰과 법의 보호도 받지 못하는 게 당연하다. 








부하 경찰 브라마두트는 '천민 아버지 둘이 그 여자애 둘을 강간하고는 들킬까 무서워 목 매달아 죽인 것이다. 그 아버지 둘을 감옥에 잡아두었다'라고 말하며 그져 '별일 아니다, 이 동네에서 흔한 일이다'고 말한다. 


소녀들을 강간살해 살해했다는 누명까지 쓴 피해자의 아버지들...
순전히 천민이기 때문에...


두 소녀를 매장하는 모습. 
힌두교는 화장이 관습이나, 두 소녀는 천민이기 때문에 화장하지 못하고 땅에 묻힌다. 
경찰들이 여기에 와서 슬퍼하는 두 아버지를 강간살해범으로 잡아간다. 천민이니까 인도적인 배려도 받지 못한다.






갑갑한 아얀 란잔.

그의 수사에 가장 큰 장애물은 사회적 악습보다 그를 현지 물정 모르는 외부인 취급하는 부하 경찰들이다. 
이들은 카스트에 얷매여서 무기력하다. 


결국 아얀 란잔은  1949년에 만들어진 헌법 제15조 "국가는 인종, 종교, 카스트, 성, 태어난 장소에 따라 시민을 차별하지 않는다"를 경찰서 벽에 붙이며, 이 지역 경찰들에게 각성을 촉구하는데...














⟪블라인드 멜로디⟫의 아유쉬만 쿠라나의 2019년 신작 ⟪제 15조 Article 15⟫는 근래 나온 발리우드 영화 중에 카스트를 다루는 거의 유일한 영화이다. 인도 영화를 자처하며 근사하고 화려한 때깔의 영화를 찍어내는 '꿈의 공장'인 발리우드는 카스트 이야기를 꺼려했다.

2015년에 영화 ⟪뉴튼 Newton⟫이 개봉했을 때, 달릿(Dalit, 인도 천민 계급)이 주인공인 발리우드 영화가 몇십 년 만에 나와서 화제가 되기도 했었다(반면에 남인도는 천민이 주인공인 영화도 많고, 천민 출신 슈퍼스타들도 있다). 인도 전역에서 흥행한 마라티 영화 ⟪사이랕 Sairat⟫(2016)을 리메이크한 발리우드 영화 ⟪다닥 Dhadak⟫(2018)은 영화의 주요 갈등인 카스트를 쏘옥 빼버려서 인도에서 크게 비난을 받았었다. 그 당시에 '왜 발리우드는 카스트 얘기를 두려워하나'는 소리도 들었다. 

올해 2019년 6월에 개봉한 ⟪제 15조 Article 15⟫에서 아얀 란잔이 경찰들에게 너네는 무슨 카스트냐고 물어보는 장면이 나온다. 경찰들은 크샨트리야, 브라민이거나 수드라 계급이나 OBC(상대적으로 차별받는 계층) 또는 천민 계급이었다. 내가 여태 인도영화를 100여편 봤는데, 천민 계급 카스트가 줄줄이 언급되는 장면은 처음 봤다. 발리우드 영화에서 카스트를 드러내는 것은 금기시되어 있다. 아얀 란잔은 나중에 경찰들의 카스트를 공개적으로 물었다고 징계를 받는다.  



영화에 나온 하수구 청소하는 모습. 하수구에 쌓인 침전물을 꺼내기 위해 직접 들어간다.
이 일은 천민들의 직업이다. 인도는 새마을 운동이 매우 시급한 나라이다




⟪제 15조 Article 15⟫의 미덕은 살인 사건을 통해 카스트와 정치를 전면에 내세우지만 샤룩 칸의 ⟪스와데스⟫나 아미르 칸의 영화처럼 계몽적으로 가르치려고 들지 않는다는 점이다. 영화의 톤은 ⟪살인의 추억⟫처럼 어둡고 관조적이다. 이 영화를 보고 스페인 영화 ⟪살인의 늪⟫(2014)이 연상되었다. ⟪살인의 늪⟫의 감독이 ⟪살인의 추억⟫을 많이 참고했다고 했으니,  ⟪제 15조 Article 15⟫도 살인의 추억이나 살인의 늪을 참고했을 거 같다(그리고 보니, 이 영화에도 비 내리는 장면이 있었다).






제15조

Article 15, 2019


발리우드
★★★★



감독: 아누브하브 신하
Anubhav Sinha

출연: 아유쉬만 쿠라나 
Ayushmann Khurrana
이샤 탈와르
Isha Talwar



촬영장소: 러크나우 
Lucknow, Uttar Pradesh


넷플릭스

춤 안 춤






⟪Article 15⟫는 해외 넷플릭스에서 볼 수 있다.
한국 넷플릭스는 아직 서비스 전이다.

그래서 넷플릭스의 TV 프로그램 및 영화 요청하기에 신청했다.


https://help.netflix.com/ko/titlerequest?ui_action=title-suggestion-quicklink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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