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 황당 액션이란 제목으로 잘 알려진 움짤이 나오는 바로 그 영화 아가두 황당한 액션만큼이나 줄거리와 대사에도 공을 많이 들였다. 각운과 압운을 맞춘 말장난 대사들이 많았는데, 황당한 액션만큼이나 스토리나 대사도 자유분방하고 황당해서 재밌다. 상영시간이 무려 2시간 43분이나 되서 보다가 지키지만, 끊임없이 웃기니까 끝까지 흥겹게 봤다.
소누 수드가 악당으로 나온다. 소누 수드는 텔루구의 경찰 액션 코미디 ⟪Temper⟫를 리메이크한 발리우드 영화 ⟪심바⟫(Simmba 2019)에서도 경찰 심바와 대적하는 악당으로 나온다. 악당 전문 배우인가보다. 이 배우는 펀잡 출신으로 힌디(발리우드), 텔루구, 칸나다, 펀자비 영화에 출연한다고 한다.
타마샤가 남자주인공 샹카르의 상대역으로 돈을 밝히고 계산이 약삭빠른 여자로 나오나 후반부에서 샹카르가 악당과 싸우느라 바빠서, 여자주인공의 활약이 별로 없어서 아쉬웠다. 약은데다가 도덕성도 문제 있는 여자라서 샹카르한테 혼 좀 나고 개과천선했어야 했다ㅋ
미술에도 공을 들여서 배경도 매우 예뻤다.
부패하고 무능한 경찰서 풍경
부패하고 무능한 경찰서 풍경
텔루구의 농가(farmhouse) 외부
텔루구의 농가(farmhouse) 외부
텔루구의 농가(farmhouse) 내부
텔루구의 농가(farmhouse) 내부
천재감독 SS 라자몰리의 영화를 제외하고 ⟪아가두⟫가 처음 본 텔루구의 황당 액션 코미디였는데, 유치한 유머를 거침없이 쓰며 끊임없이 웃겨서 마음에 들었다.
두 여배우는 영국 역사에서 가장 인기있는 인물들인 엘리자베스 1세나 스코틀랜드의 메리 여왕을 연기할 수 있어서 좋았겠지만, 둘 다 배역에 너무 안어울린다.
아일랜드 출신인 시얼샤 로넌은 외모는 스코틀랜드 사람처럼 보일지 몰라도 여왕이나 왕족다운 외모도 아니고, 쾌활하고 아름답고 즉흥적인 성격의 메리 여왕과도 전혀 비슷하지 않다. 그리고 시얼샤 로넌이 잘 하는 외유내강 연기도 이 배역에 어울리지 않는다. 이 배우는 메리여왕보다 엘리자베스 여왕에 더 어울림.
영국 여자 역을 자주 연기하는 호주 배우 마고 로비는 분장 덕분에 꽤 엘리자베스 여왕스러워 보이긴 하고, 여왕다운 모습도 연기해냈지만, 쾌활한 연기를 잘하니까 차라리 메리 여왕의 역을 연기했으면 더 좋았을 거라 생각한다.
캐스팅 실수는 여기에서 끝나지 않는다. 요즘 유행때문인가, 제작자들이 백인만 나오는 것에 알러지가 있어서 그런가, 인종차별 백인우월주의라고 비난을 받을까 그랬는지, 역사적 인물을 인종을 바꿔버렸음.
주조연인 이 두 배우 외에도 생색내기 용으로 군데 군데 비백인들을 배치해놨다. 그런데 이 배역들이 굳이 이 배우들일 필요도 없고(대사도 별로 없고 활약도 없다), 인종을 바꿀 필연성도 없었고, 트렌디해 보이지도 않는다. 뭔 생각으로 이런 짓을 했는지 의문인데다가 유치해 보인다. 곧 개봉하는 디즈니 실사 영화 뮬란은 중국계로 꽉 채워놔도 왜 백인이나 흑인을 캐스팅 안하냐는 비난은 없지 않은가.
시대극이고 르네상스 시절이 배경인데도 볼거리도 인색하다. 아름다운 스코틀랜드나 화려한 왕궁을 보여주는 샷들이 거의 없다. 내용조차 없다. 조연 배우들로 유명 배우들이 많이 나오던데 활약이 거의 없음. 위의 흑인 배우의 캐릭터도 그 시절에 매우 중요한 인물이었는데 활약이 없다. 영화 내내 여왕 둘이 뭔가 고민하고 짜증내는데, 왜 저러는지 이해도 안간다. 이 유명한 인물들을 두고 할 이야기가 없었나 봄.
두 여왕이 만나는 장면이 제일 유치했다. 이 두 친척은 평생 만난 적이 단 한번도 없었다. 바쁜데 만날 당위성도 없고, 만나기 싫었으니 피했겠지. 그런데 이 영화는 엘리자베스가 열등감을 가지고 메리를 질투했다고 가정하고 애정을 가졌을 거라고 상상한다. ⟪메리 퀸 오브 스코트⟫는 인기있는 두 여왕을 대조시키면 좋겠다는 아이디어로 시작해서 감당못하고 억지부리다가 어쨋든 상영 시간은 다 채운 영화이다. 책이 원작인데, 책부터가 엉망이었을 거 같다. 이런 영화를 볼 바에, 츠바이크의 메리 여왕 전기를 읽는 것이 훨 유익하고 재미있다. 메리 여왕이 무능하고 놀기만 좋아하고 시대와 정세를 전혀 읽지 못하는 재앙이었다는 게 역사학자들의 평가인데, 츠바이크만은 그녀를 매우 우호적으로 기사도 시대의 마지막 기사로 묘사한다.
둘이 호감을 느끼고 동거하면서 발생하는 일상적 문제도 잘 해결하고 사랑이 깊어지는 모습까지 매우 재밌는데,
이들의 동거가 가족에게 들키면서
후반부에 재미가 반감되어버린다.
이제 가족이 개입했으니, 혼전 동거 문제를 본격적으로 다뤄볼 수 도 있었을텐데, 후반부는 가족에게 동거 사실을 숨기느라 애쓰는 코미디를 강조한다.
혼전 동거때문에 양가 부모와 싸우고 설득 후 화해하고, 가족들이 힘을 합쳐 인도의 결혼 이데올로기에 대항하게 만들었으면 재밌었을텐데. 락쉬미의 아버지는 정치인이고, 구두는 동네에 잘 알려진 스타 리포터였기 때문에 혼전동거 문제로 사회와 싸우기도 좋은 조건이었으나, 이 영화는 정치인인 것도 리포터인 것도 전혀 활용을 하지 못하고 혼전 동거 문제도 다루지 않는다. 주인공들의 가족들은 이들이 비밀 결혼을 한 줄 알고 주인공들은 이 비밀이 폭로될까 전전긍긍한다.
그래도 괄리오르 출신인 로맨틱 코미디 왕자 카르틱 아리안과 로코계 신예 크리티 사넌과 예쁜 배경 덕분에 달달하게 재밌었다. 카르틱 아리안은 작년에 ⟪소누 케 티투 키 스위티⟫이어 올해 이 영화도 흥행에 성공해서 현재 발리우드에서 가장 핫한 스타이다. 카르틱은 연예인 부모 빽이 없이 자수성가한 스타여서, 대중적 인기에 비해 출연작이 많지 않았는데, 발리우드가 더는 외면하지 못할 듯. ⟪스트리⟫, ⟪힌디미디엄⟫, ⟪파니를 찾아서⟫같은 로맨틱 코미디, 복수극 스릴러 ⟪바들라푸르⟫를 만든 신생영화사 매드독 필름스가 제작한 영화임.